『왜? 내가 죽어야합니까? 젊어서고 생고생하며 지내다가 이제겨우 살만하니 죽음이 웬말이요?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젊은 아내와 아이들은 어떡하란말입니까? 너무합니다. 하느님이 이러실수가 있읍니까? 저는 꼭 살아야힙니다. 신부님! 살려주십시오.』 40대초반의 암환자의 애절한 호소요, 처절한 울부짖음이다. 이럴때 무슨 희망과 위로의 말이 있겠는가? 그저 침묵속에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청할따름이다. 『건강해 보이는 내가 먼저갈지 병상에서 신음하는 당신이 먼저갈지 누가 대답할 수 있겠읍니까?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만이 알고 계십니다. 주님께 맡기십시오.』하며 치유의 기도를 바치고 나는 성당으로 돌아왔다. 날마다 그집을 방문하며 함께 기도를 하는동안 그형제는 평온을 되찾고 건강을 회복하는 듯하더니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니다. 잘받아 돌일수만 있다면 언제죽은들 어떠랴! 건강하고 밝게살기를 원하는 우리에게 질병과 죽음은 그림자 처럼 따라다닌다. 질병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고통이지만 또한 영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내성할 수 있는 좋은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십자가 위에서『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예수의 기도를 이해할 때가 바로 고통의 순간인 것이다. 사실 우리는 생명을 선물로 주신 수님께 감사해야 한다. 생명의 주인이 우리가 아닐진대 거저주신 분이 다시 거두어 가시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언젠가는 한번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하는 인생! 감사하며 살다가 감상하며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천하미인들 영웅호걸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 줌의 흙이 되고 한 줌의 재가 된다는 진리를 터득해야 되지 않을까?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살자! 참 신앙인은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을 떠난 다음에는 천국에서 영원한 거처가 마련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이제 죽음도 슬픔도 고통도 울부짖음도 없는 고향 낙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그 젊은이의 죽음이 못내 아쉬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렇게 살다가 죽을 것을? 마음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못하고… 참 알뜰히 살더니!』라는 주위 사람들의 애타하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슬픔과 고통의 골짜기인 이 세상이지만 그래도 생(삶)에의 미련이 남는 것이 또한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죽음은 우리에게 공포와 절망도 안겨 주지만 평화와 희망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이의 죽음이 건 노인의 죽음이건 슬픔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할아버지는 임종 전에 할머니 손을 자꾸 어루만지며 눈물만 흘리시더란다.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켰으니 용서를 비는 참회의 눈물이라고 할머니는 전한다. 남편 잃고 슬퍼하던 여인도 아버지 잃고 울부짖던 자녀도 행복하게 살기를 빌어 본다. 또한 주위에서 안타까와 하며 기도하던 신자들도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생감도 빠지고 흥시도 빠진다」는 옛 어른들의 명언을 마음에 새기며 나의 길을 가련다. 젊은이도 노인도 언젠가는 떠나야하는 이 세상! 울부짖던 가족도 슬퍼하던 친지들도 말없이 가야하는 그길! 진실하고 착하고 아름답게 살다가 평온히 눈을 감고 주님 앞에 나아가자.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리고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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