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다닐 때 강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여름에 장마가 지고 홍수가 나면 강가 모래 밭에서 저녁때쯤 상여를 메고 가며 사람 우는 소리가 나는데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라고 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는데 귀신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부산에 있는 어떤 친구로부터 보다 그럴듯하게 귀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친구의 말을 빌리면, 날씨가 흐린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어머님이 편찮아서 친척 집에 알리려고 산모퉁이를 돌아 철길을 따라가는데 몇 미터 전방에 긴 머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흰 드레스를 입은 처녀가 상체만 드러내고 웃으면서 자기에게 손짓을 하더라나! 계속 걸어가도 같은 거리를 유지하다가 커브 길을 지나니 없어지더란다. 그는 계속 성호(십자표)를 그으며 주의 기도를 수없이 바쳤다고 한다. 집에 도착하니 친척이 깜짝 놀라는데 당시 자신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옷은 물에 빠진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서운 생각과 귀신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밤에 놀러 다니지 말고 혼자 다니지 말라는 어른들의 경고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국어사전을 펴 보면 귀신은 「죽은 사람의 혼령.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에게 화복을 내려 준다고 하는 정령」이라고 정의 한다. 마귀는 「요사스럽고 못된 잡귀의 총칭 하느님과 대립 존재하여 여러 악귀를 거느리고 사람을 유혹하여 죄를 짓게 하고 병에 걸리게도 하는 죄악의 원천으로서의 인격적 실재」라고 한다. 귀신과 마귀는 확실히 구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웬 귀신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부엌에 가면 부엌귀신 방앗간에 가면 방아귀신 몽당 빗자루귀신 달걀귀신 총각이 죽은 몽달귀신 떠돌아 다니다 죽은 사람귀신 굶주려 죽은 사람귀신 학원사찰귀신 언론통제귀신 금융특혜귀신 안보귀신 ……등등 어찌됐건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귀신과 잡귀와 마귀는 모두 사라져야 한다.
아기를 점지한다는 세 신령인 삼신 때문에 놀란 적이 있다. 시골 어떤 가정을 방문했더니 방안 한구석과 마루 한구석에 조상대대로 모신 삼신 할머니와 이름도 성도 모를 신들이 모셔있었다. 성당에 다니는 부부는 미신인 줄 알면서도 겁이 나서 손을 대지를 못했다. 마침 귀신의 아버지인 신부가 갔으니 절호의 챤스라 생각하고 나를 보고 그것을 때어 불태워 버리라고 한다.
가정 기도를 바치고 떼어서 마당 한구석에 불을 놓았다. 이제 속이 후련하다는 듯 두 부부는 밝은 모습이었다. 나는 농담으로 『당신들은 화를 입을까 봐 손을 못 대고 신부인 나는 불을 지르다 화를 입어도 좋다는 말인가』하고 웃은 적이 있다. 사제는 민중의 아픔을 대신 아파해야 하고 민중의 무거운 짐을 대신 져야 한다. 민중의 화를 대신 당해야 한다. 그러나 실재로 나약한 인간이기에 편한 것을 좋아하고 봉사하기 보다는 봉사 받은 적이 많은 것 같아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번 사순절에는 주님의 굶주림을 체험하고 진리에 목말라 하고 깊은 고독과 침묵의 의미를 깨달아야겠다. 그리고 가난과 고통과 질병에 신음하는 형제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악령 들어 고생하는 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어야겠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가라. 네 주 천주를 더 이상 떠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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