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열왕기 느헤미야 시편등)을 보면 성가대 합창단 지휘자 등의 숫자와 이름이 종종 나오는 것을 본다. 종교와 성가대는 그만큼 긴밀한 관계가 있고 뿌리가 깊다고 하겠다.
12년 전 종교를 갖기도 전에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성가대에 입단한 것은 성탄성가연습을 시작하던 10월 하순이었다. 남녀 혼성4부 합창의 매력과 성가에 이끌려 예비자 생활을 청산하고 세례를 받은 것은 2년후였다.
직장관계로 서울과 진해를 오가며 성가대 단장직과 지휘자 직을 맡아오고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겪은 애로는 어느 본당 성가대나 마찬가지로 귀하신 남성 기근 현상이다. 주일 대중미사 때 30명의 성가대원중 남성이 10명만 되어도 좋으련만 다섯 손가락으로 세어도 남을 정도의 적은 남성으로 미사를 봉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중세기만 하더라도 성가대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2백 주년을 자랑하는 한국천주교회도 여성이 성가대에 참여한 것은 40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날 여성단원수의 절반이상을 확보한 성가대는 가히 성공적인 성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특히 대축일을 앞두고 대미사곡을 연주하거나 발표회 또는 교구 성가경연대회를 치르려면 지휘자와 간부들은 남성단원 확보에 혈안이 되어 동분서주 하다가 끝내는 기진맥진 하고 만다.
소위 물귀신 작전이라 하여 미사 끝나기를 기다려 젊은 남성에게 한 명씩 달라붙어 성가대 가입을 권유하고 애원해 보아도 자기는 음치라느니 바쁘다느니 하며 도망치듯 외면하고 가버리는 것이 예사이다. 나의 성가지도 경험에 의하면 성가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자기 노력부족 때문이지 타고난 음치 때문이 결코 아니다.
개창도 중요하고 동성합창도 좋지만 꾀꼬리, 종달새, 사자와 호랑이 소리의 조화된 합창의 화음을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
84년은 역사적인 한 해임이 틀림없다. 이제 사순절이 시작되었고 부활절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각 본당에서 성가대를 지도하시는 분들의 건투를 기원하며 남성교구들의 성가대 참여를 호소한다.
성가 한번 부르는 것이 기도 세번하는 것과 같다고 돈 보스꼬 성인은 말씀하셨다. 주님께서 주신 능력을 어찌 사장시키고 말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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