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성모영보 대축일에 동정 성모마리아께 대한 세계봉헌 갱신식을 거행 하시고자 하며 세계 각 교구에서도 같은 날 전교회와 더불어 당신과 함께 봉헌식을 거행하라는 서한을 전 세계 주교들께 보내셨다. 교황성하께서는 손수 제정하고 봉헌기도문도 함께 보내셨으며 3월 25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의 마시와「바오로6세홀」에서 가족을 위한 구원의 특별성년 경축행사를 통해 성모성심께 세계를 봉헌하셨다.
이에 응답하여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각 교구 교구장들은 교황성하의 봉헌기도 요청에 적극 동참할 것을 밝혔고 이에 따라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각 교구 내 모든 본당 및 수도회 신학교에서 미사 때 같은 뜻으로 우리는 우리자신을 봉헌하는 봉헌기도를 바쳤다.
우리는 이날 교황성하께서 손수 제정하신 봉헌기도의 지향대로「천주의 성모여, 당신의 보호에 우리를 맡기나이다」하고 우리자신을 봉헌했다.
「인류가족의 고통스러운 체험을 목격하였던 당신의 종 교황 삐오 12세가 40년 전에 그리고 그 10년 뒤에 티 없이 깨끗하신 당신의 성심에 전 세계를 의탁하여 봉헌하였음을 상기하며 『우리도 또한 우리 앞에 펼쳐지는 모든 사람들과 민족들의 세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제2천년대를 마감하려는 세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세계를 응시」하며 천주의 성모의 보호에 우리를 맡기는 간절한 청원을 드렸다.
우리의 이와 같은 봉헌은 당신 아드님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천주 성부께 자신을 바치신 그 봉헌에 일치하기 위함이다.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하여 이 몸을 아버지께 바치는 것은 이 사람들도 참으로 아버지께 자기 몸을 바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요한17.19) 세상과 인류를 위한 구세주의 이러한 봉헌에 우리를 일치시키고자 함은 바로 구세주의 성심 안에서 인류는 용서받아 치유될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구세주의 봉헌, 그 능력은 영원히 지속되어 모든 사람들과 모든 민족과 국가를 감싸주고 있으며, 이 시대에 인간의 마음속에 그 역사 안에서 암흑의 영을 일으켜놓은 죄악을 그 봉헌만이 극복해」내고 있다.
그리스도 그분과 일치하여 인류와 세상, 현대세계를 봉헌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절감하고 있다. 그러기에 성모「당신 아드님의 구원하시는 봉헌에 온전히 일치하신」마리아의 성심을 찬미하며, 그 모성적 자애에 봉헌을 통해 우리도 구세주와 일치하고자 한다.
우리는 교회의 어머니께 하느님 백성들에게 신앙과 희망 그 현대세계의 모든 인류가족을 위하여 바치는 그리스도의 봉헌 안에 우리가 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시도했던 것이다.
목자 없이 시작된 한국 교회는 일찍이 외지고 버려질 것 같은 시련 속에서 성모님께 봉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님의 영광스런 승천 축일(8월 15일)에 조국광복을 맞이했음을 상기하는 사람들은 결코 우연의 일치로 무심히 보지 않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 신앙생활에서 성모마리아께 대한 기도며 신심행사가 1년을 통해 거의 끊임없이 경건한 형태로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마리아를 주보로 한 신심단체, 성모회, 레지오 마리애, 푸른군단등의 교회 내 활동은 실로 경이롭다. 이와 같이 효심 지극한 우리 민족의 어머니께 드리는 아들딸들의 정성이 자연스레 신앙적 신심으로 승화되니 한국교회로서는 그 어머니께 세계를 봉헌함에 더 큰 희열과 열성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봉헌을 갱신한 우리는 다시 교황성하와 함께 어머니의 모성적 자애에 의지하여 도와주시도록 기도드린다.
오!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이여! 기아와 전쟁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잉태의 순간부터 인간 생명을 거스른 죄악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인간존엄성의 실추와 증오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 온갖 사회 불의에서 모든 국가적 국제적 불의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하느님의 계명을 거리낌 없이 짓밟는 죄악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하느님의 진리 자체를 인간정신에서 말살시키려는 모든 침해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 선악에 대한 감각의 상실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성령을 거스르는 죄악으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 오! 그리스도의 어머니시여. 모든 인간들의 고통으로 괴로와하시고 온갖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 부르짖음을 들어 주소서. 성령의 힘으로 모든 죄악을 이겨내고 개인의 죄와 「세상의죄」그 죄악의 풍조를 극복하도록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는 십자가 아래 부서지고 찢기운 어머니 성모의 성심이 죄와 악에 상처 입은 인류의 피난처며 위로임을 안다. 우리는 그 성모의 통고에 일치하여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고자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부활을 영광에도 함께 개선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2백 주년에 성모님께 바치는 세계의 봉헌을 기하여 우리 모두의 가슴에 성모께 다한 신심이 더욱 깊고 치열해 지기를 굳게 다짐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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