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양심에 따라 순리적으로 살아야 한다. 정직하게 진실하게 사는 사람이 바보 취급 받는 세상이라 하지만, 사람이 끝까지 추구해야 할 것은 정직, 양심, 진실이다. 우리는 가끔『남의 눈에 눈물을 내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말을 하게 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다. 내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씨앗을 뿌렸으면 그대로 거둘 것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비인간적인 처세술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된다. 자기 출세를 위해 동료를 짓밟고 사업의 신장을 위해 거짓을 일삼고 유산 때문에 형제간에 불목하고 자기 안일을 위해 윗사람을 무시하는 경우 아름다워야 할 인간의 모습이 추하게 보인다. 언젠가 버스 안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할머니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어린 4남매를 애지중지 키워서 대학도 보내고 이제 맏이는 결혼까지 시켰는데, 결혼 후 아들의 마음이 변했다고 괘씸해 한다. 결혼 전에는 혼자 고생하는 어머니를 극진히 섬기고 효자 소리를 듣던 그 아들이 거센 아내를 얻고부터 모든 것을 아내 뜻대로 따른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같은 여자이면서 우리 집안은 사람(여자)잘못 들어와서 집안 망했다고 야단이다. 시어머니도 섬길 줄 모르고 일도 하지 않고 여름이면 선풍기 앞에서 화장이나 하고 밤늦게 일을 하고 와도 밥상도 차려주지 않고 시어머니가 없으면 맛있는 음식을 저희 부부들만 해서 먹고, 며느리가 싫으니 아들도 싫고 손자 손녀도 보기 싫단다. 할머니는 가끔 절에 가서 마음을 달래고 친척집을 다니는 것이 낙이라고 한다. 몸져 누우면 약 한 첩 사다 주지 않을 몹쓸 녀석들 같아 이제 집에서 들어가면 돈 좀 얻어서 혼자 사시겠단다. 물론 며느리 말을 들어보면 할머니에게도 탓이 많을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이쯤 되니 집안은 가시방석 같고 홧김에 할머니는 집을 나가겠다고 한다. 서로 믿고 사랑해야 할 가족 관계가 이처럼 원수 관계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나는 할머니에게 며느리를 딸처럼 극진히 섬기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 보라고 권했다.
아직 젊어서 경험도 부족하고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런 실수를 저지르니 귀엽게 보라고! 차에서 내려 혼자 가신 할머니의 모습이 웬지 처량하고 쓸쓸해 보였다. 어떤 냉담자는 개신교 신자들이 하도 설쳐내고 자꾸만 예배당에 나오라고 해서 오기로, 홧김에 스스로 회두했다고 한다. 역사도 길고 신앙을 가졌어도 내가 먼저 가졌는데 하면서 다시 회개하여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어느 광산촌의 아주머니는 위로 동서 두 사람이 있는데 너무 인색하고 모질게 굴어서 스스로 성당에 나왔다고 한다. 불교에 다니는 두 동서와 인연을 끊기 위해서 성당에 나가는 길 밖에 없다나!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으니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가르침 때문에 이제 두 동서를 사랑하게 되었고 좋은 관계가 되었다고 환하게 웃는다. 홧김에 집을 나가겠다는 할머니, 홧김에 회두한 냉담자,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하나가 되어야겠다.
홧김에 성당에 나오긴 했어도 바른 진리를 찾게 되었으니 하느님의 오묘하신 섭리에 놀랄 따름이다. 내가 소중하듯 남도 소중히 여기고 내 종교가 중요하듯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법관 김홍섭 (바 오로)님 영전에 드린 故 최민순 신부님의 글을 소개한다. 『불문에서 「씨」를 듣고 루터에게서 「날」을 배워 마침내 날과씨를 「어머니교회」안에서 깨쳤다던 그대……쉬시라. 고이 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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