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낸 채 찬바람에 부대끼던 목련이 함박 웃음을 머금고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온갖 위선과 체면과 형식에 얽매인 우리의 삶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목련! 그러나 때가 되니 보라는 듯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오가는이의 발길을 멈추게한다.
자세히 그 꽃망울을 바라보며 또 발길을 옮겨 정원을 둘러보니 온갖 벌레들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이라도 시키듯이 살아 움직인다. 산다는것、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기쁘고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긴 겨울동안 무거운 침묵속에서 모진 바람과 눈비를 이겨내는 시련과 아픔이 있었기에 그꽃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온갖 벌레들도 기나긴 겨울을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있었기에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들이 더 신비롭게 보인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요 부활의 계절이다. 모두가 살아서 움직이며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사랑과 희망의 계절이다. 길거리를 다녀도 겨울동안 안방만 지키던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기지개를 펴고 환하게 활동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밝고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부드럽고 너그러운 인간의 모습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닐까? 천진난만한 어린이 곱게 늙은 단순한 노인의 모습이 참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일에 지치고 때로는 성가신 일이 있어도 순수한 어린이들의 밝은 미소와 할머니들의 반가운 표정을 발견하세 되면 자기도 모르게 피로가 풀리고 환한 웃음을 짓게 된다. 확실히 우리의 스승은 어린이요 노인이다. 나는 유아세례 때마다 부모들에게 어린이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어린이의 일차 스승은 부모이기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심어줘야 하나、부모의 스승은 바로 어린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우리는 산다는 기쁨을 어린이와 노인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어린이와 노인들은 쉽게 동화되고 즉시 친구가 된다.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노는모습、노인들이 함께 담소하는 모습안에서 우리 모두가한데 어울려 즐겁고 기쁘게 춤을추는 모습은 참으로 살아있는 모습이다. 즐겁고 기쁜 생명과 부활과 사랑의 계절에 우리함께 춤을추자.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미소안에서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하며 산다는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결혼을해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아예 능력만 있으면 혼자 살겠다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일생을 헌신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아름답다기 보다 위대하다는 표현이 맞을 지 모르겠다.
가난과 추위에 떨면서도 자식을 등에업고 머리에는 짐을이고 양팔에는 자식을 끼고 걸어가는 촌부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자기들의 안일은 생각지도않고 자식을 위해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은 성자의 모습이 아닌가? 오늘날『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현보다『알맞게 낳아서 모두 다 잘기르자』는 그들의 삶은 돈으로 자식을 기르는것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으로 길렀던 것이다.
밝은 미소를 간직한 어린이들의 수가 줄어들까봐 걱정이다. 물론 알맞게 가족계획을 해야되겠지만 너무 인위적으로 조절할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지나친 이기심과 무사안일과 권력과 물질 만능에서 벗어날때 우리의 삶은 진정 기쁘고 즐거운것이 될것이다. 위선과 형식과 체면의 낡은옷을 벗고 진실과 기쁨과 겸손과 온유의 새 갑옷을 입을때 우리는 부활의 기쁨을 누릴것이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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