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에 방향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큰 과제와 책임을 부과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의 순례를 마치고 떠나갔다.
교회 창립 2백주년의 기념사업 행사 및 회의가 아직 진행 중이므로 선교 3세기를 향한 역사적 미래에의 제언을 결론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인듯 하나 어느모로 보나 교황이 남기고 간 메시지에 촛점을 맞추어 그에 대하여 過程的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교황을 보내고 난 이 시점에서 겸허하게 回心의 정신에 돌아감으로써 小英雄的이거나 개선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교 3세기를 향한 순례의 길을 결코 제대로 계속 걸어가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종이며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종이다. 그런데 그 종은 철저한 봉사자이고 가장 낮은 자로서 자기를 비운 존재인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자인 우리 그리스도의 백성은 이 민족성원 앞에서 교황을 모시고 어떤 행사를, 더우기 어떤 거룩한 식을 했다고 자기도취 된다든가 자기영웅화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정말 교황의 사목적 방문에 관련된 모든 희생적 봉사자를 높이 평가하는 바이라 하더라도 그렇다는 말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입장의 정신을 가다듬을 때만 선교 3세기를 향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교회는 생명을 갖고 성령의 役事안에 늘 쇄신의 길을 걷는 하나의 역동적인 종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쇄신으로서 현대사 안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따라서 선교 3세기를 향해가는 교회는 그 새 출발점에 있어서 쇄신을 성취토록 당연히 애쓸 뿐만 아니라 그 쇄신을 성취하여야 한다. 실은 어느 면에선 신앙 및 교회의 쇄신이야말로 미래에의 성취로서 3세기를 오늘에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回心, 종적 존재, 쇄신에 바탕하여 몇가지 선교 3세기를 향해서 제언을 하는 바이다.
첫째, 복음의 원점에 서서 복음을 살아야함은 물론이려니와 이 땅에서 산 복음의 메시지 곧 교황이 선포한 메시지를 되씹고 되씹어 완전히 교회와 더불어 우리 백성들의 살이 되게끔 하기 위하여 민족사와 인류사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문제이다.
그러기 위하여 전국사목회의를 진행함에 있어 의안작성 과정에서 교황의 메시지를 각분과 위원회별로 모두 합당하게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들이 신앙의 현장에서 제대로 이해하여 우리들을 의식화하는 동시에 이 민족성원들에게 교황의 메시지를, 나아가서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국의 신학을 정립하는 신학작업을 해야 한다는 문제이다. 지금 우리는 토착화, 선교사목방향의 재정립 등 어려운 허다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 문제를 하나하나 효율적으로 성취하는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더 신학의 문제가 제기되기 마련이다.
이 땅에서 한국인들이 사는 그 생활의 자리가 신앙의 현장일진대 한국이라는 민족사문화 풍토 관습 안에서 얻은 신앙체험에 바탕한「한국의 신학」에의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백년동안 나름대로 복음을 살아 이만큼 자라 여기까지 왔는데 그 2백년의 신학적 삶을 이제는 신학화해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번역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한국천주교회 내에서 좀 더 대담한 신학의 가설이라든가 논문이 나타남이 좋을 것으로 본다. 우리의 복음체험이나 그리스도를 신앙에 기초하여 문화를 비추고 깊이 하여 복음신앙을 전하고 설명하고 이해하고 표현하고 체계화하는데 필요한 신학을 정립하여야 할 것으로 믿는 바이다.
셋째, 한국적 영성을 형성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성인의 순교정신을 오늘의 시대에 재현하며 이 땅에서 성성의 길에 도달한 그 순교선열의 얼을 실존적으로 살려 「한국의 혼」에 바탕한 영성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세계교회에서 뚜렷한 존재로서 겸허하게 제3교회로서 아시아 나아가서는 구라파에까지 염두에 둔 선교에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따라서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뿌리 그 선열의 얼에 뿌리박은 한국적 영성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넷째, 화해의 사도직으로서 인간관계에 있어 사회관계에 있어 국가관계에 있어 남북한 간에 있어 용서하는 가운데 일치를 성취하는 문제이다.
물론 하느님과의 화해로 인간회복을 하고 그와 동시에 여러 면에서 화해토록 하되 종국에 가서는 민족의 화해로 민족통일을 달성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예언직의 활성화를 기하는 문제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언직이 퇴조한 시기는 교회가 정체한 때인 것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자기가 놓여있는 자리의 상황에서 예언직을 수행하여야만 할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있는 것이다.
화해와 나눔의 정신에 철저한 사랑에 뿌리박는 예언직은 성령의 이끄심으로 인간과 사회와 민족과 인류와 교회에 역동적인 생명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때의 표지를 읽어 그리스도가 계신 그곳에 창조적 사랑의 예언을 고지해야 한다.
여섯째, 더욱 더 영성을 깊이 하여 기도하는 교회가 문제이다. 기도하는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성령의 보호를 받으며 미래로 나가는 그 그리스도를 닮는 교회가 될 것이다. 기술문명과 기계화의 제고로 날이 갈수록 정신세계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가 될 것인즉 또한 교회에 있어서 영성의 위기가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되는 바 기도생활을 충실케하는 기도하는 교회만이 선교 3세기를 짊어지고 순례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2백주의 행사에서 교황의 메시지는 우리들로 하여금 선교 3세기를 향하여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끔 하였다. 이때 새로운 결단으로 3세기를 무대로 하여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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