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로 해방된 후 곧이어 38선으로 조국의 국토가 분단된 상황 속에서 북한공산집단의 남침으로 6ㆍ25동란이 일어난 지 3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한 세대가 넘도록 아직도 비극적으로 분단되어 있는 조국이』(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내한사)오늘의 이 시점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매해 6월이 되면 우리 민족은 좋든 싫든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면서도 군사경계선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집단의 남침에 의한 전쟁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남북한 쌍방 합쳐서 1백80만 명의 죽음, 2백20만 명의 부상, 국토의 80%의 초토화 엄청난 전쟁고아, 이산가족의 절규, 참으로 표현할 수 없는 비극, 이 처절한 악의 극한 상황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6ㆍ25동란의 휴전으로부터 31년이 지난 오늘날 6ㆍ25를 모르는 세대가 총 인구의 40%에 달하고 있으나 조국의 평화적 재통일이 달성되고『한반도 온 겨레의 아픔과 희망을 같이 하면서 하루바삐 모두가 평화롭게 도로 하나의 화목한 가족이 되어 복되이 살게』(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되지 않는 한 6ㆍ25가「과거의 악몽」이 될 수는 없다.
사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대로「분단된 한국의 안타까움과 아픔은 서로 믿지 못하고 형제애로써 화해를 이루지 못하는 분열된 우리 세계를 나타내 보인다」(외교관접견사)고 하겠다.
우리는 지금 한국천주교회 창립2백주년을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목적인 방한과 아울러 103위의 시성식 거행으로 103위 성인의 탄생, 그밖에 기념사업 기념행사 사목회의 정신운동 등으로 은혜의 때에 즈음한 잔치를 베풀고 있으나『이 기쁨을 같이 하러 오지 못하는 우리의 일가친지들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땅 북녘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그들이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 후 부활삼종기도)
그래서 교황은 그들 모두가 신앙을 지켜 나가고 증거 하는데 굳세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성하의 말이 아니라도 진정 우리 남녘땅의 모든 그리스도의 백성은 북녘의 형제자매와 더불어 침묵의 교회를 위하여, 더더욱 북녘의 동포를 위하여 기도를 하여야 할 것이다.
때마침 6월 24일의 주일은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따라서 사도행전의 복음 사가루까의 기록을 통해서 아는 바와 같이 초대교회가 교회생활의 증대한 시기에는 항상 공동체적인 기도를 하였듯이 개인도 공동체도 모두 다 끊임없이 노력을 거듭하여 기도를 진보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도가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행위에의 참여라고 할 수 있다면 기도는 결코 선교와는 분리되는 어떤 것도 아닐 것이다. 구세주인 그리스도 예수는 전생애를 창조주인 성부께 드리는 찬미로 모두 바침으로써 그 구원사업을 완성하셨던 것이다. 우리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도를 바친다면 우리는 그 기도를 통하여 우리 한국교회와 한 민족을 보살피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참여하여 하느님과 공동의 구속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북녘의 침묵의 교회를 위하여 희생 안에서 바치는 기도가 진실하다면 그것은 북한의 복음 선교의 일부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북녘의 형제자매를 그리스도 안에서 기억하며 기도의 날을 정한 우리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도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북한선교에 가일층 사목적 선교적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는 복음 선교로 이 민족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어 남녘과 동시에 북녘에서 사랑을 새사람으로 바꾸는 복음의 힘이 발휘되도록 하여야 하겠다.
그리하여 어느 의미에서도 온 인류의 불화로 많은 고통을 받아온 우리의 나라가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는 인류의 상징이 되었으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말이다. (교황이 한국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참조)
한국천주교회는 선교 3세기를 향하여 새 출발하는 이 은혜의 시점에서 북한공산집단의 김일성 주의의 도전에 대응할 태세를 슬기롭게 갖추어 나가는 한편 그리스도의 교회로서의 본질적 사명이며 책임인 북녘 사람들의 구원이라는 문제를 그리스교적 입장으로부터 복음 선교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 복음 선교야말로 우리가 갈망하는 조국통일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위대한 말씀의 봉사라는 것을 강조해 둔다.
『이북에서 다시 단란한 하나의 행복한 가족으로 뭉치기를 아픔 속에서 고대하고 있는 여러분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 일가친지를 깊은 유감과 동정과 슬픔으로 아울러 생각케 합니다.』
(교황의 이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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