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께서 제단위로 올라오시기를 싫어하십니다』라고 청중에게 알렸다. 신자들의 속에 더 깊숙이 들어가시고 싶으셨고 남쪽에 위치한 신자 모두에게 좀 더 가까이 가시고 싶으셨던 교황님. 아직 미사집전 시간까지는 15분이나 남아 있었다.
『저쪽으로 좀 더 가봅시다』『제가 알아보지요』제단의 계단중앙에서 내려온 나는 「준비가 안돼」교황님께서 군중사이로 들어가실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사 전 예절 사회를 맡았던 나는 자신도 모르게『교황님께서 제단으로 올라오시기를 싫어하십니다. 좀 더 신자들과 함께 하시려는 심정이신가 봅니다』라고 소리쳤다.
할 수 없다는 듯이 제단위로 올라오시는 교황님 옆에 섰던 추기경님께서『계단위에 올라가셔서 더 많은 사람들을 보시며 인사를 나누도록 하시지요』하시며 의견을 주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계단아래서 한번 꺽이신 교황님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주여、저는 자유가 없읍니다. 당신이 사랑하시는 이 한국 민족의 신앙인들에게 파묻혀 보고 싶은데… 그리고 이들의 뜨거운 핏속에 흐르는 순교자들의 맥락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주님께서 이런 행복을 나에게 안주시는군요)
드디어 제단 위에 오르신 교황님、제단 중앙과 좌우로 왔다 갔다 하시며 수많은 군중에게 두 손을 번쩍 들어 흔드시는 교황님은 분명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 했다.
『이거 참 너무 멀군요. 제가 여러분을 까마득히 작게 보듯이 여러분도 저를 하나의 점처럼 작다고 하겠군요. 맞읍니다. 저는 역시 작은 한 인간입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저 때문에 오신 것이 아니라 실은 제가 여러분 때문에 이곳에 왔는데 이렇게 멀리서 손만 흔들고 있으니 미안합니다. 저는 제단에 모셔진 김 신부의 유해 앞에서 이 민족의 뜨거운 신앙의 피를 느꼈읍니다. 그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강렬한 한민족의 진리의 힘을 느꼈읍니다. 여러분을 찬양하기 위해 이 민족의 신앙을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곳에 있는데、너무나 작은 몸으로 나타났으니 미안할 수밖에 없군요』
미사도중 교황님께서 『지온능하시인 치온주 시옹부 치온지우이 치앙조주를 미든나이…』라고 읽을 때 신자들을 교황님의 한국말을 따라 외웠다. 이때에도 교황님은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아! 신기합니다. 모두가 알아듣는가 봅니다. 하느님 바벨탑이 없어졌읍니다. 말이 통합니다. 이 민족의 혀 놀림과 바로 저의 혀 놀림이 함께 어울려 믿음을 고백하지 않습니까? 방금 성인으로 선포를 받으신 성인님들 제 발음이 어떻습니까? 이상하시면 웃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계속하겠읍니다. 너무 기쁩니다)이렇게 신이 나신듯한 교황님의 표정이었다.
영성체 후 제단에 올라 잠시 의자에 앉아 계실 때 속으로 하시는 말씀은 눈으로도 읽을 수 있었다. (준비가? 계획에? 예정대로? 도대체 이부자유! 이제 이 미사 후 나더러 제대 뒤로 퇴장하여 다음 장소로 사라지란 말인가? 이 군중에 나의 감격스런 이 마음을 신자들의 마음과 내 마음이 좀더! 더! 뭐랄까 말로 표현 못할 그냥 꼬옥-! 좋다、두고 보자! 더 이상 더 참을 수 없다.) 교황님의 입술이 옴칠옴칠할때 나는 느꼈「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아니나 다를까 옆에 계신 신부님께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신 교황님은 마이크를 다시 잡으시고 당신의 뜨거운 마음을 토로하셨다. 프로그램에도 없었던 교황님의 이 「돌발적인 행위」는 여의도 전역을 다시한번 환호와 기쁨 속에 파묻히게 했다.
결국 『미사 후 계획을 틀어버리고 마셨지만』우리 교황님은 역시 「사랑의 벗」이심을 증명하셨다. 그것도 아주 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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