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
조금은 더 자제하며 희생과 봉사를 바칠 줄 알아야 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명색이 신앙인이라 자처하는 나는 과연 참된 신앙인일까? 어느만큼 자제하며 사랑하며 봉사하며 살아왔었던가? 얼마 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동기가 있었다. 본당 레지오 단원과 도미니꼬회원들이 일일찻집을 하여 모은 얼마간의 기금을 가지고서 우리들의 작은 성의 표시로 몇 가지 생필품들을 사들고서 결핵요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결핵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그곳이 생소했던 나는 그들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과 약간의 호기심을 가진 채 환자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키 위해 작은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병고에 시달려 찌들은 그들은 왜소한 등을 뒤에 앉은 우리들에게 보이며 쉬엄쉬엄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였다. 여기저기서 잦게 기침을 뱉어내는 그들을 보면서 가슴 저 밑에서부터 찡 하게 울려오는 무엇이 있었다. 신자들의 기도차례가 되었다. 쿨룩 쿨룩거리는 기침소리 사이로 어느 여자환자가、가느다랗게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숨이 차는 듯 했지만 끝까지 또렷하게 들려왔다. 『주님、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드리옵니다. 그들을 고통 중에서 구해주옵시고…!』이렇게 이어지는 그녀의 가녀리고 애처로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눈시울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아마 우리 일동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이 아닌가. 나날이 썩어 들어가는 육신을 가지고서도 자신이 아닌 다른 불우한 영혼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그네들의 신앙은 얼마나 값진 것인가.
비록 육신은 병들고 고통 중에 있을지라도 그들의 영혼마저 병들 수 없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나는 기도하고 있었다. 건강한 육신을 가진 나에게 주어진 너무나 작은 십자가.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이었다. 결코 골고타 언덕 예수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겠다는 각성과 다짐들이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새순처럼 파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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