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노크하는 소리에 문을 열고 세 손님을 맞이하였다. (분심시작)세 손님은 모두가 한 형제로 그들의 이름은 「다 떨어진 복음」이라 했다.
날씨가 후덥지근하여 우선 시원한 보리차를 한 컵씩 마시고는 신세타령 잔치를 열기 시작하였다. A군은 자신을 되돌아보며 『가톨릭을 통하여는 2백년전부터、개신교를 통해서는 1백년전부터 나는 이 강산 곳곳에 다 떨어진 복음이라고. 허나 문제는 오늘이 한심하다 이거야. 공해ㆍ벌레ㆍ날짐승、때때로 정치회오리 바람으로 숱하게 고생했거든』하고 넋두리를 꺼내며『요는 토질문제야. 샤머니즘ㆍ권력ㆍ금력의 가시덤불. 돌재악들이 너무나…쯧쯧』. B군이 말을 이어받으며 『그래、한국인들 돈에 대해서는 참 지독하긴 해. 한국 사람을 어디나 갖다 놓아 보라구、지독하게들 살아가거든? 미국 캐나다 남미 등 하여튼 제2의 유태인이라고 까지 말하던데? 나는 이 한국에 들어와서 돈ㆍ돈ㆍ돈에 밀렸지. 명예에도 밀리고 밀려서 그만 가치가 다 떨어진 복음같이 생각하더라도 글쎄』아무 말이 없이 침울하게 듣고만 있던 C군이 『나는 할말이 다 떨어진 복음일세』하고는 다시 잠잠하여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B군이 얼굴을 찡그리며『아니、그건 무슨 소리야. 복음이 할 말이 다 떨어지다니?』C군이 맥을 잃고서『이봐、복음이란 영혼을 구하는 일、진리를 세우는 일、참사랑을 전하는 일 등등에 활용되는게 아니냐 말야. 헌데、에-저기 뭐야、복음을 잘 활용하면(작은 소리로)귀좀 가까이로 대봐. 이 신부가 들으니까. (아주 작은 소리로)돈을 벌기가 괜찮다는 소문이 (다시 큰 소리로)자자하거든? 그러니 나는 할말이 다 떨어질 수밖에、안 그래?』
나는 옆에서 이런 말들을 주고받는 AㆍBㆍC군의 다 떨어진 복음 타령을 들으며 본당 결산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계산기를 서툴게 톡톡 두들기고 있었다. 계산도중에 옆에서 소근대다가 『자자하거든?』하는 바람에 그만 숫자를 잘못 두들겼다. 다시 숫자를 지워버리고 멍하게 있는데 B군이 곁에 와서 계산기를 보고는 이게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그런 건 예수님이 구경도 못 하신거야. 아마 있었다면 유다스에게 한국제로 하나쯤 사 주셨을걸?』하면서『이렇게 누르면 숫자가 나오고 더하거나 빼거나를 누르면 계산이 되는 것도 몰라? 보면 알잖아!』하고 퉁명스럽게 가르쳐 주었더니 계산을 해보면서 A、C군 쪽으로 가서는『뭐 이렇게 시시해、단、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요기까지밖에 숫자가 안 나오는데? 고작 천만 정도냐?』나는『그래、맞아. 난 억대에 올라가면 도대체 개념이 안 잡히더라』하고 말하였다. 그랬더니 A군이『그럼、이건 신부용 계산기이고 목사용 계산기는 따로 있겠구나?』그러기에 나는『미안하다. 어 참』하고는 분심에서 깨어났다.
A의 곳곳에 다 떨어진 복음의 씨앗、B의 가치 평가로 밀려 다 떨어진 복음、C의 어이없어서 할 말이 다 떨어진 복음의 하소연、그리고 나도 한마디 한다면 『맞아! 복음을 잘못 쓰면 다 떨어져 헤지고 말지!』하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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