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年 5月.
나는 새벽을 향한 사냥꾼처럼 힘찬 생활걸음으로 바다 살점이 푸르기만 한 이곳「기장」을 떴다. 청주市로 이사를 가는 길이었다. - 하루 전 신부님께서 선물을 주셨는데 그 꾸러미 안에는 「평화의 기도」를 새긴 족자하나와 포도주 한 병이 들어 있었다. 포도주는 청주에 도착한 후 장모님과의 자축(自祝)을 위한 식탁에 올려 졌고 족자 그것은 새로 임주한 내 집의 북쪽 창틀 왼편에 걸어두었다. 이것을 말고도 신부님과 연관을 지닐 수 있는 물건 하나가 또 있었는데 교황성하의 모습을 담은 열쇠고리 한점이었다. -두해前 성탄절에 내게 주시었고 나는 그것에 자동차 열쇠만을 달아 지금도 사용 중에 있다.
그해 5月은 기장본당의 증축공사가 그 골격을 갖추어 가는 시기였고 나는 축성식에 꼭 참석할 수 있었으면 하면서 정든 본당을 뜨고 있었다.
청주는 깨끗한 도시였고 이웃은 한결같이 온유하고 친절했다. 내덕동본당에 교적을 두게 되었는데 새로 알게 된 교우들도 먼 곳에서 이주해온 우리 가족들을 따뜻한 형제애로 환영해 주었다. 그곳「성조들의 모후」쁘레시디움에 입단을 해서 주님과 더불어 사는 생활이 되게 했고、내 조그마한 사업도 그 도시의 기후 안에서 숨쉴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기도 했다.
이처럼 환경적 요인이 평온을 유지하면서도 내 마음의 깊은 곳에서 늘 먼데보고 물결치는 아픈 기억들이 스믈 거리고 있었다. 「가난한 기장본당의 증축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신부님 건강은 어떠하며 우리 교우들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잠가운데서도 나는 늘 기장본당의 주변만을 배회하다가 기쁘고도 아쉬운 아침을 만나곤 하게 되었다. 「가야지…. 다시 가야지….」이런 내 우울증은 마침내 미사성체 중에 확 쏟겨진 눈물로 악화되었다. 습성은 묘한 것이었다. 눈물 그것이 주님께 드리는 봉헌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나는 주일마나 찔끔 거리게 되었다.
길고 무섭던 여름은 키 큰 옥수수의 수염 끝을 예쁘게 말아 올리었다. 그런 9月에 신부님의 엽서 한장이 날아들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중에 주시었는데 『안부를 묻습니다』-고 한 짧은 내용의 것이었다. 「신부님우리 신부님-」나는 혼자일때 늘 그렇게 불렀다. 나는 종일을 혼자 있고 싶었다. 아내는 고맙게도 내 방문을 결코 열지 않았다.
본당 증축을 위해 모금운동을 벌일 때의 일이다. 미니버스에 5~60톤씩의 멸치젓을 싣고서 각 본당을 돌았고、신부님은 운전을 하시고 물건의 상하차도 하시었다.
무게 20kg을 양손에 드시고 손수 나르시던 신부님이셨다. 힘겨우시다고 만류하면 「괜찮습니다.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하시면서 환한 미소를 주신 우리 신부님 이셨다. 전 교우들의 헌신적 봉헌과 신부님의 노력으로、기장본당은 증축 축성식을 갖게 되었다. 그날이 84年1月29日 이었고、나도 본당에 교적을 둔 교우로 참석 할 수 있었다. 교우들은 기쁜 눈과 마음을 교환하고 중앙성당의 성가래가 주님의 크신 은총을 노래했다. 주님의 공동체가 우뚝 선 그 자리에서 우리 신부님은 잔잔한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아직도 성당 주변이 어수선 합니다. 화단도 가꾸어야 하고、나무들도 더 심어야 합니다. 돈 더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고(교우들의 웃음…)사람 더 있어야 합니다. 복음을 통한 새로운 형제들 많아져야 하고 본당위한 희생적 노동 더욱 필요 합니다』하시었다. 그리고 곧 모든 교우들과 악수를 나누셨다. 내 차례 때의 신부님 손바닥에선 작년의 비라한 멸치 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았으나 신부님의 체온은 그지없이 따스해서 내 가슴 속 깊은 곳에까지 그 온기를 밀어 넣고 계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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