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나오는 평범한 소리에 가치를 부여하고、자기의 생각을 그 가치로 드러내는 말들이 실상 국어 문법상에 맞고、 논리적으로 맞는 말들이라고 우선 보아야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말은 정상적인 사람의 말재주이고 인간세계의 말들이다. 그래서 인간세계의 사고방식이 천상세계의 사정을 논할 때는 신학적으로 맞아야 하기에 이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숱하게 듣는 질문들. 『하느님은 정말 계실 까요』에서부터 『하느님이 말씀 좀 한마디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든지 『기적이 당장 일어났으면 해요』이런 여러 말들을 들을 적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날까봐 걱정、 말씀이 들릴까 걱정、모습이 나타날까봐 실은 걱정이다.
어느 젊은이가(꽤 많이 알고 똑똑함)한참 세상의 복잡다단한 것을 나름대로 털어놓고 인간의 능력을 한탄하며 하느님은 왜 이럴 때 입 다물고 계시는 거냐고 묻기에 『네가 할말을 다했으니 하느님께서는 하실 말씀이 없으시잖느냐』고 했더니 모든 복잡한 문제들을 하느님께서 다 결정을 내려 주셨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욕심을 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이것이 왜 나는 반대로 일어날까봐 걱정이 되는가… 『김군、 만일 지금 내가 하느님이라면 자넨 아마 죽어버릴지도 몰라 오히려 걱정이네』라고 했더니 『원 천만의 말씀』이라고 대든다. 눈을 반짝이며 나더러 정말 하느님이 되어 보라는 태도였다.
나는 생각해 본다. 주일날 미사가 시작되자마자 천정에서 하느님목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너희는 주일을 거룩히 지내고 있느냐?』라고 들려오고 강론 때에 『이 신부는 앉아 있거라. 내가 말하겠다』하시고、 신자들의 마음을 꿰뚫으시며 고백성사 보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나는 너의 모든 죄를 다 알고 있다. 어서 성사를 보아라』하신다든지、『너는 어째서 미사중인데도 다른 잡념이 그리도 많으냐』고 야단을 치신다든지、 미사 후 얼른 성당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디를 가는가. 끝까지 앉아서 마무리를 잘 해야지』하는 말씀이 들리고, 성당정문에서는 하느님이 몸을 크게 하여 반투명체를 이루어 신자들이 돌아갈 때 그곳을 통과하게 하며、 개개인의 잘못과 생각을 일일이 지적하시며 『너희는 모두 양심대로 살고、 이렇게 저렇게 하고… 하여라』하신다면 우리는 얼마나 어렵겠는가?
이렇게 되면 자신의 생활을 잃을 것이고 자유가 없어질 것이며 보이지 않는 감시선을 의식하여 모든 신자들이 정신병에 걸릴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할 것이다. 『하느님은 왜 우리를 순수한 로버트로 만들어서 부리실 것이지 우리 안에 자유다 감정이다 기분이다 하는 따위를 주셔서 내 속에서 투쟁을 하게 하십니까? 제발 하느님 좀 나타나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손님에게 바가지 씌우는 가게에 나타나지 마시고、 술집에 가서 기분 나게 지내도록 눈감아 주시고、나에게 편리한대로 마음먹고 행동하도록 해주시고…』
하느님은 인간들이 이런 기도를 하면서 항의할 것을 미리 다 아시고 인간에게 자유를 1백% 보장하겠노라 하신 후 사심판과 공심판까지 참고 계시겠다는 것이 아닌가. 인간들이 인간 세상에 있는 한 하느님은 양보를 하시는 자유스러운 분이시다. 하느님의 선물인 우리의 자유는 과연 귀한 보물이며 무거운 시험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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