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 부부를 친자식처럼 사랑해 주시던 조베드로 할아버지의 위급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가 현관에 다다르니、 병풍이 준비된 것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했다.
가까이 가서뵈니 안색하나 변함없이 마치 잠들어 계신것 같기에、 무릎으로 다가가 두손으르 얼굴을 감싸쥐니 찬기운이 느껴져、 비로서 고인이 되셨음을 어렴풋이 실감할수 있었다.
다음날 입관예절을 도우면서 다시한번 얼굴을 뵈니 그때까지도 혈색하나 변치 않고 마치 평화로이 잠드신 것 같은 모습을 뵈었을때、 생존시 오직 주님만을 믿으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사시다가、 부르심에 따라 기꺼이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에 들어가신 분으로 (Ⅱ꼬린5、1)느끼게 했다.
그의 죽은 몸에 예수그리스도의 생명이 살아있음을 드러내어 (Ⅱ꼬린4、11)하느님께 영광이 되게 하는 모습임을 읽을 수 있었다.
진정 그분은 전신으로 그리스도의 삶을 살고 가신 분이었다.
흔히 신심운동과 사도직활동에는 뛰어나지만 교리지식이 이에 따르지 못할 뿐아니라 세상지식과 그리스도교 신앙과의 조화에는 백지상태인 평신도의 속성을 뛰어넘은 분이 바로 그분이었다.
교장선생까지 역임한 그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존귀함을 (필립3、8)인식하여、 천권이 넘는 교회서적을 독파했으며 일본 신학서적도 꽤 많이 읽으신 그야말로 하느님의 심오한 진리로 (골로2、2)채워진 분이었다.
그럼에도 교회에서는 언제나 무관의 제왕으로 가톨릭교회에 그 흔한 회장감투 하나 쓰지 않으시고、 오직 복음전파와 불쌍한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에만 전념하시었다.
꾸르실리스따로서의 할일은 교회직책을 맡는 일보다 레지오활동을 해야 한다며 본인이 솔선하시면서 장년층에게 적극 권장하여、 신림동본당에는 이제 장년층의 레지오활동이 활성화 되어가고 있다. 그분은 또 자신이 간직한 진리를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고자 신림동본당의 노인교리를 7년 동안이나 맡아 하시면서 5백명 이상의 노인영세자를 탄생시켰는데、 등촌동으로 이사 가신 후에도 그 먼 길을 마다않고 계속 봉사해 주셨다. 그러나 그분의 봉사활동중 으뜸은 병고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사랑이었다.
그 분의 하루일과를 보면 새벽 3시에 잠을 깨어 기도와 묵상、 성경봉독으로 2시간을 채운 후、 5시부터 약 30분간 자신의 건강을 위한 지압을 스스로 하신 후 매일 새벽미사에 참례하신다.
조반 후에는 집을 나서 77세라는 노구를 이끌고 하루 종일 병든 이들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지압을 해주신다. 그분은 땀 흘리며 온 정성을 다하여 지압을 하면서 기도로써 치유의 은사를 간구하니、 그 결과 완쾌된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의 영광보다는 교회부흥이나 어느 목자의 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차원의 치유의 기적이 아니라、 기도의 성취는 인간의 내적인면과 외적인면의 일치와 조화가 요구된다는 「칼라너」의 말과 같이 그분의 간절한 기도와 피땀 어린 인간적 노력이 일치함으로써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참다운 치유의 은사이며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봉사활동을 끝마치고 오후 4시경에야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해서는 저녁을 잡수시고 내일의 봉사활동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일이 그분의 매일 일과였다.
그러면서 그분은 자신의 훌륭한 죽음을 항상 하느님께 간구하며 사시었다. 그분은 아동문학가 마해송씨가 임종 때、 가족을 모아놓고 『나 먼저 저 세상으로 가니 이다음에 따라 오너라、 빠이빠이』하며 기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말을 하시면서、 자신은 어느 날 아침 가족들이 당신 방에 들어와 보고는 『어머 아버지께서 언제 돌아 가셨네』라고 하듯 가족들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는 위타적 죽음을 항상 간구하셨다.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면서 드리는 간구였으니 분명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시어 (야고보1、25)그와 같이 훌륭한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확신한다. 이것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의 죽음이며、 모든 믿는 이들의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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