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들이 참 오랫만에 만났다. 세 친구들은 그동안 얼마나 얼마나 시달리고 많은 것을 보았는지 서로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 친구는 너무나 지독한 사건을 보았기 때문에 아직도 까무러칠 지경의 공포에 사로잡혀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팔뚝으로는 얼굴을 가리고 구석에 쭈그리고 떨고 있었다.
그래서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여 애석해하는 수표씨가 옆으로 다가가서 위로를 하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봐 딸라씨 정말 왜 그러는지 말 좀 해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느냐 말야』
입 다물고 있던 딸라씨가 이젠 약간 미안한 듯 입을 연다. 『어휴 혹시 여기 흉기든 인간은 없니?』하자 옆에서 안타까워하던 현금씨가 얼른 대답하기를『여긴 책상 서랍 속이야、우리들밖엔 아무도 없어』하자 딸라씨는 털어 놓는다.
『명동문화관 1층 살인사건 아니? 아이구 끔찍해. 내리치고 피가 튀고 밟고 으깨고 으…소름끼쳐 정말』딸라씨의 말을 들으며 수표씨와 현금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딱 벌리고는 한참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였다.
그러나 점잖은 수표씨가 먼저 감정을 정리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런 일은 굉장히 많이 봤지. 너는 딸라씨니까 한국에선 뒷골목이나 으쓱한 곳에서 많이 지내기 때문에 분위기상 더 놀랐을 거야、난 말도 마、대낮에도 그런 꼴들을 많이 봤고 아주 의젓이 울궈먹는 높은 분이라든지 땅 짚고 헤엄치며 걷어 들이는 큰 손이라든지 사기꾼、협잡꾼、말도 말라구…』
둘이는 너무나 거창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 거창은 오히려 험난한 폭풍의 세상이라고도 할 수 었을까?
그러나 현금씨는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어도 그 양상이 몹시 다른가 보다.
『나는 그렇게 큰 사람을 보다는 한국 구석구석을 보았는데 기왕 나쁜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도 한마디 한다면 할 말이 있지. 내가 주머니 속에서 졸고 있는데 엉뚱한 손이 슬쩍 와서 내 목을 채가는 일이며 한두푼 갖고서 줬느니、안 받았느니 하며 싸움을 하는 조잡스러운 인간들이며 하여튼 세상은 문제야 문제!』
이렇게 셋이 엉망진창의 인간세상을 한탄하고 나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로가 얼굴을 보기에 민망할 지경이어서 수표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 아까 명동、명동성당 뭐 그랬는데 그 성당이 뭐야? 나는 개신교 예배당이면 좀 아는데 성당엔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아』라고 하자 현금씨가 대뜸 나서며『성당? 난 거기 잘 알아. 내 똘만이들이 전문이거든、그래서 잘 아는데 말야 거긴 기가 막히게 좋은 데야. 하여튼 내 똘만이들은 거기만 갔다 오면 한마디씩 하는데 아주 성스러운 말들을 곧잘 하거든? 뭐 예를 들면 하늘에 보화를 쌓아 라든지 하늘의 진주를 발견해야 한다든지 뭐 그런 말을 한단 말야、바로 이 말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뜻이라면서 계속 말하는데 돈 사용문제는 하느님 앞에서 심판받는 절대적인 근거라는군』하니까 딸라씨도 미국 본토 성당을 생각하면서 한마디 하기를 『맞어、돈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가고、다시 바꾸면 마음 가는 곳에 돈이 가니까 그런 거지』
이제 수표씨도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돈을 쓰는 인간들이 하루 빨리 거룩해져야 우리도 좀 거룩해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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