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현장에는 언제나 빈자리가 남아 있음을 본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 우리로 하여금 불필요한 바쁜 것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시고、당신 창조사업의 현장에 빈자리로 남아있는 곳이 있음을 용서 하소서』하고 기도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부쩍 가톨릭청년들의 봉사활동 소식을 자주 듣게 되더니 금년 여름에는 거의 전국적으로 상당히 조직적이며、의도적인 훌륭한 봉사활동이 전개되었다는 실로 뜻 깊고도 고무적인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주로 가톨릭 대학인들이 주축을 이룬 이들 가톨릭청년들은 본당단위로 또는 교구차원의 연합 봉사단을 형성하고 지도신부와 수도자 및 선배들의 지도와 협조를 받아가며 하기방학기간을 활용하여 봉사운동을 폈다고 한다.
그들은 또 사전에 봉사대상지역을 답사하여 봉사계획을 세우고「가장 고통 받는 이에게 먼저 봉사 한다」는 엠마우스의 워크ㆍ캠프정신을 도입한 사전교육도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가톨릭청년 봉사단위 봉사활동 내용은 다양하고 광범하며 매우 높은 수준의 봉사가 적절하게 펼쳐졌음을 볼 수 있게 한다. 즉 그 대상으로는 전국에 산재해있는 결핵원、나환자촌과 교회가 운영하는 각종 사회사업기관 그리고 벽지 공소와 순교사적지까지에 이르고 있으며 봉사내용은 유적지 정화、성전보수、축대공사、수로공사、도로정비、구축물건축 등의 근로봉사와 의료진료봉사、기술봉사와 생활개선 계몽봉사까지 실로 적절하고도 절실한 것들이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가톨릭청년들의 생생한 봉사활동들을 매우 높이 평가하여 크게 격려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봉사운동이 새로운 그리스도적 사랑의 실천운동으로까지 승화발전 되기를 감히 기대하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도와 격려가 범교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들 가톨릭청년 봉사단의 봉사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크게 격려하고자 함은 이들이 보여주는 봉사활동의 내용과 그 정신자세 때문이다. 우리는 한때 봉사의 참 뜻을 왜곡할까 두렵던 유행병 같은 봉사운동을 본 적이 있다. 그 유행성 같은 봉사활동에서 자기합리화의 거짓과 가진 자들의 과시、심지어는 봉사를 매도하여 명성과 명예마저 구하는 위선을 보기도 했다. 물러서서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너무나 많은 경우 그들은 봉사자들이기보다는「고마운 방해자」들이었음을 느끼게 하는 서글픔을 남기었다.
이에 비하여 가톨릭청년 봉사단의 봉사활동은 그 영성적 동기와、상기한 활동내용 및 실적에서 판이함을 본다. 그들의 봉사활동의 내용에서 단적으로 나타난 특성은 형제와 부족함을 나누는 사랑의 실현으로서의 봉사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 신앙인들의 사랑의 발로가 마침내 참사랑은 정적이 아니라 동적인 것임을 체험하고、봉사는 이기주의자들이 말하는 희생을 동반하는 자기 소모가 아니라 형제적 사랑을 나누는 자기창조의 희열임을 생각하고 체득하기를 바라며 격려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선교3세기를 바라본다. 새 사회、새 문화、새 삶의 새 아침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새 아침의 주인공들은 새 세상 새 인류를 위한 젊은 새 봉사자들일 것임을 우리는 믿는다.
참으로 신비롭게도 이 새 아침에 저 젊은 봉사자들의 모습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다.
저 젊은 봉사자들의 봉사현장은 어떤 선입견이나 왜곡된 개인적 경험으로 논의될 이론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더욱 정화되고 승화할 참사랑의 실천장이며 체험의 장이라야 한다.
아직은 서투르고 아직은 몸에 배이지 못한 것임을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깊은 관심과 책임을 느껴 마땅할 것이다.
봉사대상을 더욱 정선하고、봉사의 질을 높이며、무엇보다도 그 봉사의 현장은 바로 창조사업 완성을 위한 크리스찬의 생활의 장임을 깊이 마음속에 새기게 하기위해 우리가 격려하고 협조할 바를 찾아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다.
봉사자를 위한 깨끗한 봉사는 기성세대가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쁨이며 영광이다.
새 주인공들을 위해 일어나 의자를 비워주는 용기는 또한 기성세대가 부릴 수 있는 최후의 아름다움이다.
「땀 흘려 하나로」「가장 고통 받는 이에게 먼저 봉사」하고 있는 저 젊은이들이 흘리는 보람된 땀방울 속에 참 사랑의 여명이 깃들여 있음을 보며 「하느님과 그 나라를」 건설하는데 동참하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
오늘 우리 주님은 저 소외된 한 사람의 모습으로 지금 내 앞에 다가 서셨다. 그 초라하고 남루한 주님을 맞으려 나아가는 발길은、그러나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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