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신부님 당신은 진정 우리 곁을 떠나가셨구려!
평소 늘 사랑의 손길을 펴던 것과 같이 그날도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을 직접 병원으로 치료받게 데리고 갔다가 우연히 자신의 병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잠재한 직장암균이 이미 목에 까지와 닿았던 참이었고 그 후 수술결과는 절망뿐이었지요. 오죽하였으면 집도한 절친한 사이던 박사님이 안타까와 눈물마저 흘렸겠읍니까! 진단은 여명 3개월!
한편 병세의 위중함을 알게 된 신부님의 투병생활은 참으로 놀라왔읍니다. 물론 한 인간으로서의 생에 대한 애착심도、한 사제로서의 사목과 전교의 열망도 포기할 수 없었으나 지루하고 힘든 병상에서도 굳은 신앙심의 발로로서 남을 생각하고 위로하는 여유까지 보여주었고 끝까지 인내와 묵상으로 병상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읍니까!
병원의 놀라운 현대의술과 주위사람들의 극진한 간호와 열렬한 기도로 외면상 병세가 호전되는 것 같이 보였으나 인간능력의 한계를 넘을 수는 없었고 하느님은 기적이 아닌 자연현상에 따라 지상생명을 버리고 당신께 오도록 섭리하셨으니 그 시각이 7월 13일 17시 35분이었지요!
신부님은 병석에서『내게는 많은 병고의 시련을 주었읍니다』라고 하셨지요. 과연 신부님의 생애는 병고의 연속이 아니었던지요. 어릴 적에 수레바퀴에 머리를 치어 고생했고 학생시절엔 운동하다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고 서품 전에는 폐의 절단수술이란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또 10여년전에는 담석제거수술을 받아야 했지요. 그런데 또 직장암 수술차 개복수술까지 받았으니 어디 육신의 성한 곳이 있으며 하고많은 병상의 고통의 시간과 시련을 어떻게 다 감당했읍니까.
이 고통과 시련들은 신부님을 단련시키고 성화시켜 다른 병자들을 보살피는 목자의 일을 발 벗고 하게 하겠지요!
또 신부님은 남달리 의리에 강하고 또한 무척 인정이 많은 분이었읍니다. 자칫 의리에 치우치면 원한을 사게 되나 신부님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정의를 위해 어려운 말들을 용감히 하였고 또 행동하였읍니다. 또 남달리 후한 인정의 소유자이었기에 많은 친우(신부와 신자들 막론하고)들이 신부님 주위에 모여들지 않았읍니까. 불우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친절、화해와 중재자의 역할도 사목을 더욱 빛나게 하였지요. 이렇게 신부님은 가는 곳마다 인정의 꽃을 피우고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었읍니다.
사제의 일생동안 성당을 지어 보았으면 하는 것이 신부들의 소망이 아니겠읍니까.
신부님은 하나만도 아닌 두 곳에 성당을 지었읍니다. 당시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부산 청학동성당을、지금도 당당한 성당을 용케도 지었었지요. 뿐만 아니라 오늘 교구에서 뒤지지 않는 본당으로 육성시키지 않았읍니까. 또 무에서 시작하여 해운대본당을 창설하고 성당과 사제관 수녀원을 건립하여 훌륭한 관광지본당에 손색이 없게 다듬지 않았읍니까! 참 훌륭하고 놀라운 업적을 남긴 공로는 깊이 새겨 간직하여야 하겠읍니다.
본당창설과 성당건립은 해본 사람이라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신부님의 성경에 대한 열성이지요. 자신을 위한 공부뿐아니라「성경1백주간」을 직접 지도하여 얼마나 많은 신자들을 교육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게 하였읍니까. 공의회 후 성경에 대한 운동이 가속화되는 이때 이 운동이 신부님의 유업으로 계속 전파되었으면 합니다.
『생자필멸』이라 누구나 다 한번 이승을 떠나가야 하지만 이제 회갑을 바라보는 신부님은 한 성숙한 사목자로、또 인생을 달관한 경륜자로 보다 많은 일들을 바야흐로 할 때에는 혼자 떠나가셨구려! 그 누가 말했듯이 천당이 오죽이나 좋았으면 이제까지 유대를 맺고 살던 사람들을 몽땅 버려두고 그곳에 눌려 박혀 영 깜깜소식입니까? 사나이 한 평생을 오직 그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살았기에 이젠 그분을 만나 영원한 행복을 누리십시오!
『오직 하나 하느님께 빌어 얻고자 하는 것은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산다는 그것』(시편28、4)이라고 시편작가는 노래하고 있기에-…
84년 7월 23일 동료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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