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세요. 다음 주엔 데레사 자매님댁이예요』『네 다들 안녕히 가세요. 1주일동안 기쁘게 삽시다』
아기를 업었는데도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이다지도 가볍고 마음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좀 전 반모임에서 구역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밥솥 사이를 왔다 갔다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부뚜막을 제대로 삼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구지레한 부엌일을 기쁘게 하셨다는 어느 성녀의 삶의 한 토막 얘기.
아가의 출생 후 많은 일거리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짜증만 부리던 내겐 명확한 해답과도 같은 말씀이었다.
어디선가 맑은 휘파람소리라도 들리는 듯해 하늘을 쳐다본다.
내가 반모임에 나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결혼하고 나서 이곳에 자리를 잡은 후 아직 교적도 옮기기 전이었는데 우리가 교우인줄 어떻게 아셨는지 반장님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셔서 1주일에 한번 있는 반모임에 나오라고 하셨을 때 나는 건성으로『알겠다』고 대답했을 뿐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주일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활동을 하고 성서공부도 열심히 해나 나름대로 신앙의 뿌리를 굳혔다고 생각했지만、막상 결혼하고 나서 가정일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나의 신앙은 무딜대로 무디어져 예전에 성서귀절마다에서 오던 그 뜨겁던 감동도 사라지고 기도생활이나 영적독서도 소홀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신앙생활을 위해 무슨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반상회엔 나가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끈이 풀린 듯한 중년 아주머니나、한가한 할머니들께서 모여 이런저런 얘기나 주고 받는 모임이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그 모임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오히려 시간 낭비만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만 생겼다. 그랬기에 나는 계속 발뺌을 했건만、반장님께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방문하셔서 반 소식 등을 전해주셨다. 결국 나는 반장님의 끈질긴 유혹(?)에 마지못해 발걸음을 향하고 말았다.
한번 두번 참석함에 따라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 전과는 또 다른 상황 즉、각기 독립된 가정을 갖고 살림살이를 하는 가운데서도 신앙생활을 하려고 애쓰는 자매님들의 모습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더구나 놀라운 사실은 (다행히도 나는 남편이 신자라서 별 불편이 없지만)많은 자매님들이 외짝교우라 남편의 몰이해나 방관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나는 반상회를 통해서 고독하게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발버둥치기보다는 함께 모여 마음을 모아 성서를 읽고、서로의 체험을 나누며 하느님을 찬양(사도행전2ㆍ44)하는 가운데 기쁨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히 느꼈다. 또한 주일날 성당에 가서 미사참례를 마치고 성당마당에 나와도 아는 이 없어 쭈몃쭈몃하다간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던 나는 이제 눈빛을 마주할 수 있는 자매님들의 모습 속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더구나 뚜렷하게 나서서 성당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반에 대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좋다.
물론 우리 반상회에는 아직 숙제가 남아있다. 나와 같이 반상회에 대한 선입관이나 그 외의 이유로 해서 반상회에 참석하지 않는 분들 그리고 외짝 교우들、이런 가정들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어질 수 없고 우리의 끊임없는 기도와 권유 그리고 올바른 행실 안에서 서서히 해결될 수 있으리라. 또한 반상회가 주부들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남성교우들께서 불참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