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교회의 공식기구인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요즘 「노동관계법 개정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부터 정평위 담당 주교인 윤공희 대주교가 전국 각 교구 주교들에게 보낸 협조요청 공한에 보면 이 서명운동의 취지가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그동안 가톨릭노동청년회 (JOC) 등 노동단체 및 노동자들은 우리 교회와 정의평화위원회에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 해오곤 하였읍니다.
본 위원회는 이들의 불행한 상황이 현행노동관계법에 기초하여 있다고 판단하고 이「노동관계법 개정서명운동」을 금년도 주요사업으로 전개하기로 결의하였읍니다』
또한 계속하여 이 취지 설명은 『이 「노동관계법 개정서명운동」이 작년에 가톨릭농민회가 추진한 「농협조합장 직선제를 위한 1백만인 서명운동」과 더불어 우리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펼치는 값진 사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작년과 금년에 걸쳐 한국천주교회는 2백주년과 103위시성을 둘러싼 여러 가지 행사로 분주하였다.
2백주년 기념행사는 아직도 남은 몇 가지 행사가 있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내한、시성식을 집전하던 때가 절정이었고 이제는 마무리단계에 있다.
이러한 단계에서 정평위가 「노동관계법 개정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다시 교회가 사회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 노동관계법 개정서명운동 대상이 되는 내용은 무엇인가.
최저임금제가 폐지된 오늘의 임금 여건에서 10만 원이하의 월급을 받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수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81년도 통계지만 이러한 상황은 81년 이전이나 이후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역시 같은 시기에 노청이 조사하여 발표한 바에 의하면 1인의 한달 생활비가 남자의 경우 13만2천 원、여자의 경우 12만9천 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근로자의 59%가 1인당 기본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 59%근로자들의 연관되는 가족범위에 확대하여 생각한다면 이 박봉이 미치는 불행의 여파는 실로 막대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토대를 두고 하는 말로서 『한국은 이제 중진국 상위권에 들어서 있다』고 하고 또『선진조국을 창조하자』는 말도 빈번히 우리 사회에 나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빛나는 경제성장에 있어 토대가 되어온 근로자들의 과반수가 1인당 생계비에서도 적자가 나는 생활여건에 처해 있다면 이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불공평한 사태이다.
이에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받고 있는 임금수준의 인상조치를 기업체와 노동당국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980년 12월에 개정된 현행 노동관계법은 노동조합의 조직과 노동쟁의의 추진에 있어 근로자 측의 자율성이 대폭 억제되어 있어 사실상 근로자들의 요구가 기업주나 노동당국에 관철되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그러면 노동조합 자체에 대해서는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이 관심은 1891년에 레오 13세 교황이 발표한 회칙「노동헌장」(레룸 노바룸)에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노동자 단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자의 손에 의해 그리스도신앙 및 국리민복에 위배되는 여건에서 조정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크리스찬 노동자들이 할 일은 그들 자신의 단체를 만들어 힘을 합하고 불우와 억압의 멍에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권력의 부당한 간섭이 없는 노조의 조직을 권장하였다.
또 가톨릭노동청년회의 창설자인 죠셉 까르딘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회의 관심의 대상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니고 노동청년들의 영토이며 그들이 운명이다. 그들의 영혼은 육체와 결합되어 있으며 그들의 영성생활은 노동생활에 직결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남녀 견습공들의 영혼 역시 백만장자 자녀들의 영혼에 못지않게 고귀하다』(1925년에 행한 연설)
바로 이러한 정신이 노동자들의 권익옹호에 나서는 교회의 참뜻이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북녘에 공산주의정권을 두고 있다. 남북한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계속 통일을 주장하고 있다.
공산주의체제에 우리가 여유 있게 대좌하기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복지문제임을 우리는 심각히 각성해야 할 것이다.
이에 이번에 천주교 정평위가 전개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서명운동에 대해 교회내외의 이해와 협조가 있기를 바란다.
또한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것은 정부 노동당국의 충분한 고려와 개선조치이다.
한편 교회의 대사회운동은「서명운동」정도의 차원을 초월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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