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드디어 열렸다』하며 혼자서 개가를 올린 곳은 사제관 뒷문 쪽이었다. 손바닥은 땀과 녹물이 뒤섞여 손금 따라 얼룩이 졌다. 녹슨 철사가닥을 주워서 여하튼 머리를 써가며 갖은 요령을 총출동시켜 문을 열었다. 열쇠는 녹슨 철사였는가、아니면 인간의 두뇌인가? 혹은 손놀림인가? 뭐니뭐니해도 역시 두뇌에서 나온 꾀라는 것이겠다. 그래서 나는 「꾀」라는 열쇠를 갖고 다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손 닦고 시원한 냉수 한잔을 들이키고는 다시한번「휴!」하며 책상 앞에 앉자마자 「때르릉」하고 전화가 울렸다.
『신부님! 저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요』하며 시작된 전화였다.『XX회사 입사시험에 그만 떨어졌지 뭐예요. 신부님 빽 좀 써주세요 네?』하고 이러쿵저러쿵 부탁하는 말을 들으며 위로반 좀 알아보자는 간접기대 제공 반으로 전화를 놓고 여기 또 하나의 괴상한 열쇠、「빽」과 열쇠로 열리는 자물쇠가 있음을 생각한다.
저녁이 되어 교리반에 들어갔는데 시작한지 한달만에 그만 둔 사람이 있어 알아보니 돈을 벌려면 아무래도 이래저래 부정한 짓을 해야 하니 마음이 괴로와 아예 교리반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솔직한 심정에서 안 나온다는 것이다.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황금만능의 자화자찬만 하는 눈꼴신 열쇠가 상대방의 눈을 어둡게 한 후 닫힌 문 열기라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더니…
교리시간이 끝나고 모두들 헤어지며 복잡한 성당 앞 골목을 보고는 모두들 불평들을 한다. 성당 앞엔 늘 복잡한 주차나 대형차량 통행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실정인데、마침 옆에 있던 분이『신부님、있잖아요. 김XX씨라는 그 유명인사. 그분께 부탁하면 전화 한번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텐데요. 한번 해보세요.』라는 충고에서 또 하나의 열쇠、권력이라는 끝발 센 열쇠를 발견한다.
열쇠들의 종류를 한번 나열해 본다면 권력ㆍ금력ㆍ체력ㆍ노력ㆍ능력 등의 우세형 열쇠가 있고、요령ㆍ꾀ㆍ지능 같은 개인 고유형 열쇠가 있는가 하면 사랑ㆍ우정 등의 감정을 재료로 만든 상대방 이용형 열쇠… 이렇게 써나가는데 예수님께서 갑자기 등장하시어『열쇠를 찾는데 고작 그런 것 밖에 없느냐? 마태오복음 15장 28절을 보아라!』하신다. 이 내용은『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였다. 『옳거니!』하며 또 계속되는 열쇠타령은 믿음ㆍ신뢰ㆍ의지 같은 무형자료로 이루어진 추상조절형 열쇠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열쇠도 열쇠 나름、자물쇠도 자물쇠 나름이 아니겠는가? 쉽게 열리거나 녹슬거나 엉터리가 아닌 녹 안 나고 고장 없는 하느님나라 제작의 열쇠를 지니고 있어야 하겠다. 열고 들어가서 또 열고 더 늘어간 후 또 열고 자꾸자꾸 가보아도 계속 닥쳐오는 자물쇠와 싸우다 결국은 마지막에 만나는 「천당」이라고 쓴 자물쇠를 열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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