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 연구소가 8월 17일로 창설 20주년을 기념하였다.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창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동 연구소는 한국교회 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본격적 연구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교회 내에서 학문연구의 중요성이 상대적 의미에서、또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던 상황에서 연구소의 창설과 지속적 활동은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한국교회사 연구소는 창설 이후 20여 성상을 거치는 동안 한국교회와 민족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였다. 동 연구소가 남긴 업적 중 첫번째로는 교회사 연구 자료의 수집ㆍ보관 및 정리를 들 수 있다. 각 교구의 문서고 마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교회내의 무관심속에 인멸될 위기에 놓여있던 많은 자료들이 동 연구소를 통하여 수집정리 되었고、이로써 한국교회는 그 자신의 맥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동 연구소는 한국교회사연구를 촉진시켜 한국교회가 민족사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설정해 주었으며 한국교회사 연구의 질과 양을 높이고 넓혀 주었다. 그간 동 연구소에서는 각종 자료집과 연구서들을 간행하여 교회사 연구를 촉진하고 연구와 발표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동 연구소가 본격적 활동을 전개한 이후 한국천주교회에 관한 역사학적 연구의 60%이상이 동 연구소에서 간행된 학술서적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40여%의 논문 중 상당수도 한국교회사연구소의 관계자들이나 혹은 동 연구소의 자료제공을 받은 학자들에 의해서 발표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동 연구소가 창설된 이후 교회사연구를 촉진하고 연구 인력의 양성에 끼친 공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동 연구소는 교회사의 학문적 연구에만 머물지 아니하고 이의보급과 대중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연구소가 주관하여 개최한 각종 교회사강습회와 모두 1백여 회에 걸쳐 국내외에서 개최한 크고 작은 전시회들은 일반인에게 한국천주교회의 면모를 이해시켜주었고 간접선교분야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여를 해준 것이다.
한국교회를 위해 이와 같은 업적을 남긴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이제 성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는 한국교회사연구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교회사연구가 왜 필요한지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국교회사는 한 민족이 하느님 나라에로 나아가는 장엄한 빠스카 행렬의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영원한 자유와 구원에로 불리움을 받은 우리 민족이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과정을 탐구하여 인간 구원의 대업을 좀더 크게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아래 한국교회사는 연구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사는 우리 신앙공동체가 걸어온 과거의 발자취만을 정리하는 회고적 학문이 아니며、현대 교회가 안고 있는 고민과 즐거움의 원인을 규명하여 교회의 현재적 위치를 좀더 정확히 파악해 보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교회사연구는 우리 교회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을 올바로 설정해 보고자하는 인간적 노력의 겸허한 표현인 것이다. 교회사연구는 이와 같이 현재의 반성을 촉구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이므로 교회사연구가 교회에 있어서 차지해야할 비중은 결코 낮추어 평가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기능을 담당해온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성년을 맞이하여 보다 본격적인 연구와 봉사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교회는 한국교회사의 연구에 좀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사의 연구가 종전에는 몇몇 개인의 헌신적 노력에 의해 지탱되어 왔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한국교회사의 연구도 이제 개인의 선의에만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미래의 교회를 위한 효과적 투자인 교회사연구에 더 큰 배려를 드러내줄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교회사연구소의 기존업적을 검토하여 평가해 볼 때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비단 몇몇 특정인에만 관계되는 연구소가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격을 좀더 분명히 하기 위해서 기존의 연구소를 법인체 체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난 20년동안 교회학문의 발전에 이바지 해온 한국교회사 연구소의 존재는 다른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들의 활성화와 신설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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