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수재 뒤엔 엄청난 희생과 수고가 뒤따르고 있다. 곳곳에 남아있는 수해의 흔적들을 망연한 자세로 바라보지만 않고 쓰레기 하치장 같은 거처의 오물들을 씻어내고 털어내는 수재민들、이들은 결코 예고 없이 찾아든 수마의 횡포 앞에 때늦은 분노로 허탈해 있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신자들이 수재민이 되어버린 서울 성산동ㆍ목동본당、그리고 풍납동 성내동일대 수해지역 신자들을 관장하고 천호동본당 등 피해지역 본당의 복구를 향한 의지는 눈물이 날만큼 안타깝다. 특히 성전건립을 일단 뒤로 미루고 전 신자가 수해복구에 나서기로 결단을 내린 성산동이나、이웃을 위해 신자 총 동원령을 내린 천호동의 행동력은 가히 놀랍기조차 하다.
더불어 재빨리 교구 대책회의를 소집、수재민의 아픔을 전체 교회의 아픔으로 받아들여「특별헌금」을 실시토록 한 서울교구를 비롯、각 교구의 모습도 새삼 흐뭇하다. 피해가 극심한 서울은 물론、피해가 적은 여타 교구에서도 한결같이 내린 결정이기에 더욱 값있게 느껴진다.
어디 그뿐인가. 서울 사회복지회는 구호의 손길에서도 제외된(?)「난지도」주민들에게 매일 따뜻한 밥 한끼라도 먹이기 위해 동분서주、교회의 참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어 갈채를 받고 있다. 요란하지 않아서 좋고 소박한 사랑이 담겨있기에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사랑의 손길은 무한정 필요하다. 서울만 해도 20여 개가 넘는 본당에서 수재민들이 발생、고통 속에 있고 강원도나 기타 지역의 피해도 상상외로 크다는 소식이고 보면 우리의 마음은 더욱 크게 열어놓고 있어야할 형편인 것이다.
여기서 민첩하고 또 대규모적인 동포애도 대변된 구호상황을 잠깐 돌이켜보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고질적인 구습은 접어두고서라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된 구호와 복구의 활동이 사실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는 수재민들의 항변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예방이 미비했다면 치유만이라도 완벽하기를 빌고 또 비는「작은 사람들」의 소망이 소중하게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이미 잃은 것 이상의 교훈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기회에 분명히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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