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에게
안녕?
제제가 사는 나라의 기후와는 달리 모니까 누나가 사는 곳은 계절 따라 무척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나라란다. 요즈음은 가을이라 맑고 높은 하늘이 제제의 예쁜 마음과 무척 많이 닮은 것 같애. 오늘 오전 내내 누나는 제제의「슈르르까」를 읽고 너무 많이 울어서 나중에는 눈이 퉁퉁 붓기까지 했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기 조금 쑥스러웠지. 그리고 네 얘기들은 무척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 주었단다. 어른들이 너희들의 티 없이 맑은 마음을 얼마나 많이 상하게 하고 있나를 생각하고는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우리 꼬맹이에게 편지 쓸 생각을 했지. 모든 어른들을 대신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청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누나도 제제처럼 착한 마음을 가진 천사처럼 살고 싶어서 언제까지나 너를 기억하고 싶구나. 물질적인 결핍으로 고통을 당할 때 너의 그처럼 절박했던 크리스마스를 생각해 내면 차라리 웃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내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사람이 내게서 떠났을 때라도, 뽀르뚜가가 망가라치바에 치어 하늘나라로 떠난 뒤 며칠을 두고 앓았던 너의 아픔을 생각하면 위로받을 수도, 지혜롭게 참아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제제야.
지금 이 시대에 사는 모든 어른들이 너의「슈르르까」이야기를 읽고 지금 네 또래의 모든 친구들을 이해하고 그런 마음들을 가질려고 애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네가 아기예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이야.
아기예수가 가난한 제제를 미워하고 부자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야. 예수님 또한 너만큼 가난하게 사셨고, 너에게는 있었던 뽀르뚜가 조차 그분께는 없었거든. 너의 친구 뽀르뚜가가 하늘나라에 올라갔을 때 모니까 누나는 소리 내어 엉엉 울고 말았단다. 왜 그렇게 슬펐을까? 네가 너무나 외로와질것 같애서 였을꺼야. 그런데 예수님 또한 그렇게 믿었던 제자들과 사랑하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을 때 느끼던 인간적인 외로움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셨을 것 같애. 더욱이 죽음이 눈앞에 닥쳐있는 상황이라면 말이야. 우리가 예수님의 그것을 생각할 때 감히 무엇을 고통이라 하고 외롭다하고 귀찮아할 수 있을까? 단지 투정에 지나지 않을 거야.
누나의 어설픈 표현으로 제제가 갖고 있는 아기예수에 대한 오해가 풀릴 수 있을 지 걱정스럽구나. 제제는 영리한 아이니까 기도 속에서 서로 생각해 보자꾸나. 누나는 너같이 청아한 영혼을 지니고 정말 퇴색하지 않은 감성으로 이웃과 가난을 나누며 고통을 나누며 그렇게 살고 싶단다.
네가 좋아하던 글로리아 누나의 말처럼 삶의 아름다움이란 꽃과 같이 화려한 것이 아니라 나무에서 떨어져 강물 위를 떠돌아다니는 조촐한 낙엽과 같은 것임에…
오늘은 무척 행복한 날이다. 영리하고 아름다운 꼬마 제제와 친구가 되었고 삶의 조촐한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므로. 제제, 너를 소개해 주신 분께 감사를 보내며, 사랑하는 꼬마 제제에게 영원히 흘러넘치는 아기예수의 축복을 빈다. 네가 뽀르뚜가에게 해 주었던 그 입맞춤도 함께 보낼게.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너를 사랑하는 모니까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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