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의 시원한 그늘아래 제대초가 나란히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오전에 발대식을 하고 공기에 취할 듯한 열기와 건조한 비포장 도로를 달려 의성월소동에 있는 작은 국민학교에 도착한 후 준비를 마치고 미사를 드리는 것이다.
강론에서 정 신부님은 우리에게 봉사란 남을 주인처럼 섬기는 것이고 이로써 사랑을 배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다음날 아침 진료가 시작되었다. 여러 동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때때로 그들은 더위에 지친 모습이었고 대부분이 그간 건강에 무관심한 것 같았다. 농부들은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단단한 근육질의 체격과 마디가 굵은 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농사가 물과 밀접해서 인지 피부병과 유독한 농약으로 속병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아낙네의 경우도 비슷했지만 산부인과 진료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다. 아이들은 치아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겪고 있는 병고는 의료혜택과 계몽만 잘 이루어 진다면 쉽게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납덩이 같은 나른함이 몰려오는 오후, 뙤약볕이 쪼이는 운동장을 건너오는 노인들의 모습은 안타까왔다. 하루 하루지나는 동안 안타까운 마음은 커갔다.
여름 밤의 투명한 정적속에 매일 미사가 집전되었다. 그러면서 미사란 한 조각의빵, 한숟갈의 물이라도 그리스도의선물이라는 상징으로써 나누어주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우리가드린 것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들은 고맙게 여겼고, 우리도 그들의 따스한 정에고마움을 느꼈다. 무더운 봉사활동에서 추억과 나눔의 의미를 새겨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