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가위 명절이나 성탄절 설날이 되면 이 땅 외진 곳에서 응어리진 삶을 사는 불우시설의 이웃들에게 많은 선물들이 쏟아진다.
때로는 가진 자들의 갸륵한 생색이 섞인 선심 쓰기의 장터가 될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참으로 삶을 함께 나누고자하는 이들과의 반가운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이날은 그래서인지 시설의 형제들을 더욱 마음 설레이게 한다.
우리 교회에서는「명절타기 반짝 나눔」에 대해 상당한 알레르기를 보이며、연대감을 갖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를 끌어안고 부비 대면서 삶을 섞어 나가야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명절이 되면 꼭히 물질적인선물이 아니라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가족이 되어 따뜻하게 함께 그날을 보낸다는데 코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한가위 때는 이들의 부푼 기대가 소리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9월초 서울 중부지역과 강원도지역을 강타한 폭우 때문에 집과 가재도구를 날리고 실색해있는 수재이웃에 대한 온정과 정성이 범국민적으로 집중되는 바람에 불우시설에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친 어떤 어린이는 문간에 기대어 골목을 향해 눈망울만 굴리고 있는가하면 울먹이며 설움을 터뜨리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시설 뿐만 아니라 교회가 운영하는 곳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껏 기대에 부풀은 고사리마음들、또 마음에 한 가닥의 주름살을 보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물론 더 급한 것、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끄려다 보면 뒷전으로 미룰 수도 있고 또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다. 「보이기 위한 봉사」「반짝 나눔」이아니라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늘 함께 삶을 나누어 왔다면 아마 이번처럼의「쓸쓸한 한가위는 없었을 것이다.
나눔이란 것이 꼭히 불우시설과의 나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도시、노동자와 사용자、고통 받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 등 우리의 삶에 얼기설기어진 모든 이웃에다 적용되지만 대개 나눔에 대한 의식의 발로가 시설쪽이고 보면 지금까지 외친 나눔이 그냥「외침」에 불과하지 않았는지 자못 의구심이 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