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철부지 어린애로만 생각해온 중학생 맏딸 주야한테서 난생 처음 편지를 받아보니 형언키 어려운 가슴 뿌듯한 감회가 어린다. 무슨 내용일까, 아빠를 나무라는 얘기는 아닐까 하고 궁금한 맘에 편지를 펼쳐보니 깨알 같은 글씨에 제법 문장이나 내용에서 뿐 아니라 못난 애비를 과대평가하고 다정한 맘을 소복히 담아 놓았다.
나는 문득 내가 벌써 불혹의 나이에 흰 머리칼이 희뜩 희뜩하고 생활에 매어달려 자신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멍해짐을 느낀다.
부모님의 은공을 알려면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주야의 기대에 현재는 점수를 딴 아빠로 비쳐지고 있지만 철이 들고 성숙해 숙녀가 되면 초췌하고 보잘것없는 0점 아빠로 부각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또 문득 훌쩍 부모 곁을 떠날 것 같아 벌써 조바심이 나곤 한다.
그러나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랑의 선물을 고이 간직하고 가꾸고 보살피다 주님께 도로 돌려 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저 밑에 깔려있다.
착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꾸짖고 나무라고 손찌검도 해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의 아픔을 느낀다.
「품안에 들었을 때 자식」이란 어른들의 말씀처럼 재롱을 피우던 애들이 이젠 커가면서 괜히 예민해지고 혼자 있으려고 한다. 아마 인생을 배우고 터득하는 진통을 겪는가 보다.
때론『아빠 나는 지금 사춘기예요』하며 말없는 반항 속에 성숙해감을 느낀다. 품에 안고 뽀뽀도 해주던 부녀간의 정도 이젠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
우리 부부의 분신인 자녀들을 보면서 주님의 크신 사랑과 섭리, 그리고 행복의 척도를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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