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스럽게도 비대한 체구 때문에 친근한 사이에서는「뚱뚱이」로 불리 우는 그분, 그 분께서 주님의 이름으로 내게 베풀어 주신 크나큰 사랑, 그 은혜를 하느님께서는 기뻐하시며 풍성한 은총을 충만히 내려주시리라 믿는다.
대를 이어 내려온 가난, 순교자의 후손들이면 대개가 그러하지만, 그것은 나에게서도 제외되지 아니하고 언제나 나의 모든 생활을 지배해왔다. 더구나 혹한이 계속되던 지난겨울에는 하루하루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나의 삶을 너무나도 암담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 속에 파고든 감당할 수 없는 불행위에 사랑을 쏟으시는 그분과 나 사이는 이제 혈육보다도 가까운 사랑의 형제가 되어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병원에서 맞아야만 했던 아내의 해산을 기꺼이 해결해 주신 그 분은, 아내의 건강이 악화되자 가난과 역경으로 무겁게 덩이진 나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매서운 강추위 속을 아침부터 밤이 으슥하도록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나의 딱한 사정을 얼마나 호소하였던가. 그 뜨거운 사랑의 노력으로 아내를 예수병원에 입원시킨 그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주셨고, 더욱이 입원 나흘째 밤에는 죽음 속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아내를 밤새워 지켜보다가 새벽녘에 의식을 회복하자 그 얼마나 기뻐하셨던가. 또 다시 열흘 후 하느님께서 갑자기 아내를 불러가시자 무척이나 실망을 하며, 오랫동안 비워둔 방에 불을 넣고, 교우들을 불러 연도를 하며 손수 조객들을 접대해 주시지 않았던가. 상처(喪妻)로 크게 상처(傷處)받은 마음을 달래고 벽돌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며일하는 나를 날마다 찾아주시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그 분. 더욱이 그 분은 아내의 백일탈상을 당신이 집에서 치러 주셨다.
그분의 어머님과 여동생이 모든 정성을 기울여 신부님과 교우들을 모셔 미사를 드리고 연도를 바치며 함께 음식을 나누도록 해주셨다. 오늘도 그분은 나를 찾아주셨고 불행 속에서 허덕이는 나를 건져내려는 뜨거운 사랑으로 불타고 있었다.
정춘현 바오로씨. 그 분이 이토록 나에게 지대한 사랑을 베푸신 것은 그분이 세분 신부님의 형님이시고 또 내가 순교성인의 후손이어서만은 결코 아니다. 다만 사랑이신 주 하느님 안에 항상 생활하고 있는 그 분이기에 베풀 수 있었던 그 사랑이었다. 진정 그분은 사랑으로 비대해진「사랑의 뚱뚱이」임이 분명하다.
지금의 나는 그분의 한없는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더 이상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며 또한 이를 보답할 수 있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몸이다. 다만 그 어느 것도 부족함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풍성하게 갚아 주시기를 마음깊이 빌고 있을 뿐이다. 하느님은 말씀하셨다.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