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사, 신부님의 강론이 계속된다. 제대 앞에는 엔젤꽃과 싸리꽃이 너무 곱게 조화되어 수녀님의 마음이 그대로 꽃 속에 미소 지며 서 있는 듯하다. 나는 항상 수녀님을 볼 때마다 성모님을 대한 듯 더없는 환희를 느낀다. 종교를 가졌다고 성직자를 무조건 찬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처음엔 너무 여성다운 외모에서, 아! 아깝다, 저 청춘을 젊음을…하고 혼자서 수없이 뇌었었는데 요즘은 내적인 아름다움 내지 희생정신이 눈물이 나도록 자꾸 연연해 진다. 나는 성당의 여러 액션단체가 있다지만 한곳에도 들지 않은, 그저 주일이나 지키는 미신자에 못지않은 평신도이기에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거의 없지만 먼빛으로 느끼는 우리 수녀님은 연약한 비둘기와 같다고나 할까.
예쁘고 조그만 발과 손으로 수많은 불행한 사람들을 골라 정신적인 위안을 베풀고 교도소의 사람들을 감동케 하며 지체부자유자들 노인과 병약자들을 찾아다니며 스스로 고통을 찾아 나서는 우리 수녀님. 인생은 단 하나 뿐, 어디 여벌인생이 또 하나 주어질 것도 아닌데 저 예쁜 용모며 마음씨를 생각하면 감동으로 가슴이 떨려온다.
갖가지 성형으로 만신창이가 되도록 째고 깁고 하는 것이 요즘 세상 여자들의 풍조인데 신앙의 힘과 진리는 정녕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처음 성당에 올 때엔 그저 종교란 생활의 액세서리 종도로나 생각하는 40代 여자의 이기심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스럽고 엄청난 죄를 지었는지. 2년을 계속 다니면서 우리수녀님의 제복에서 풍기는 진리와 기쁨과 사랑을 내가 아마 다 받았나 싶다.
성모님의 은총이 수녀님을 통해서 내게 내렸는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 남편의 양해 안에서 좀더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진보라의 오동꽃이 만발하듯이 나는 이 화려함의 축복 속에 내 신앙을 꽃피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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