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의 기능을 잃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만 했던 한 장애자가 서울 시장에게 호소문을 쓰고 자살한 가슴 아픈 일이 지난 9월 22일字 조선일보 11면에 보도됐다.
그는 장애자라는 他人의 시선이나 스스로의 의식의 벽이 아니라 장애자로서는 기본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물리적인 벽」을 뛰어넘을 수가 없어 자살을 택해야만 했다.
한여름 목이 말라도、배가 고파도 관공서에 출입하려 해도、횡단보도를 건너려 해도、그의 앞에는 수많은 계단이 버티고 있었고 택시를 타려해도 거절당하기만 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실로 대문밖 출입은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다.
대소변이 급해도 그를 위한 화장실은 찾을 수가 없었고 하물며 그가 운영하는 가내공업도 깎으려고만 하는 상인들의 횡포에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거절당해야 하는 고통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장애자들이 겪어야 하는 공통적인 것이다.
외국의 경우 공공건물이나 교회건물마다 장애자 전용 통행로가 있고 지하철에도 장애자용 에스컬레이트가설치돼 있다고 한다. 또 정류장이나 출입구마다 장애자를 위한 통행로를 설치、장애자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나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서울특별시장은 뒤늦게나마 관계자들에게 장애자용 시설편의 대책수립을 지시했다.
실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배부른 양반의 배고픈 종에 대한「선심」이라면 곤란하다.
현대의 장애자 복지에 대한 시각은 장애가 천벌이나 개인의 부주의에서 온다기보다 오늘날 사회가 구조적으로 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자 복지는 우월자의 약자에 대한 선심이나 자선이 아니라 바로 사회전체의 책임이라는 의식에서 비롯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 발등의 불끄기에 바빴던 우리의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모든 정책이「인간존엄」에 바탕하느냐、아니냐 하는 것이다.
한데、인권을 외치는 교회는 얼마나 장애자들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하겠다.
성당의 문턱이 높아서、교리실의 문턱이 높아서 그리스도의 성체를 먼 빛으로만 바라보아야 하는 장애자들의 아픔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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