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7 ㆍ8년 전의 일이다.
우리 교회에는 여러 신심단체가 있었는데 그중 4 ㆍ50세 가량되는 부인들이 모이는 성모회가 있었고 7ㆍ80세 넘는 할머니들이 모이는 안나회가 있었다. 한데 60세 가량되는 사람들은 갈 단체가 마땅치 않았다. 나 역시 60세가 되고보니 해당되는 곳이 없었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 모인 성모회에 들어가서 나이값도 할겸 잘난체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 안나회의 회장인 어느 자매님이 나를 안나회 회장으로 선출했으니 와서 일하라는 것이었다. 그래 나는 몹시 불쾌했다. 나를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인가. 말귀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활동도마음대로 못하는 할머니들 틈에 시중이나 들란 말인가? 내 인격이나 자격이 그것밖에 안된다는 말인가. 나는 코웃음을 치며 단번에 거절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교만과 오만으로 꽉 차 있어서 모든 사람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성령세미나를 받고 하루에 조금씩 성경을 읽었고 영적서적도 접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우매함을 깨달았고 안나회의 회장자격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안나회에 모인 할머니들은 기력도 물질에 대한 권한도 없으며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되어있는 교우들이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들은 그 누구보다도 주님을 뵈올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섭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나머지 생을 뜻있고 바르게 살아가려고 했다.
그래서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본분을 다하는 방법을 찾도록 우리 모두가 거들어 드려야 했다. 나는 안나회의 회장이 아닌 회원으로라도 충실히 생활해야 했었다. 문득 미셀꽈스뜨 신부님의「삶의 방법을 이야기할 때 청빈사상만을 생각하지만 그리스도의 영원하신 사랑을 현대인들의 말과 몸짓으로 통역을 해주어야 한다」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연로하신 분들의 생활은 젊은이들의 지식을 능가할 수 있는 체험적인 지혜로 가득차 있고 그리스도적 삶의 방법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 소중한 연륜의 체험과 사랑의 방법을 교회안에서 더 심화시켜 아낌없이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들에게 나눠주도록 도와드릴 때, 사목교서의 첫번제목인「가정성화」가 이루어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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