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웃음을 보고 안심하고, 모든 맺힘이 풀리게 되는 표정이라 보고 좋아한다. 웃음은 행복에로 이끄는 수레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예부터 전해오는 말에 싸움소리는 물론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특히 여인의 목소리는. 요즘은 집의 구조가 옛날과 달라져서 자칫 남의 집 안방 이야기까지 들릴 지경이다.
추석을 하루 앞둔날, 위암으로 사경을 헤매는 병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집은 아파트 5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침 그 곳에 와있던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간절한 기도를 바치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눈물로 성모님께 애원하고 있었는데 어디선지 들여오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내 마음에 꽂혔다. 하기야 그 웃음소리의 주인은 병자의 딱한 사정을 몰랐을테고 명절이라 오랜만에 만난 형제끼리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 웃음소리를 듣는 이쪽의 마음들은 더욱 비참해지는듯 했다.
건강해서 활동하는 우리야 괜찮지만 웃음을 잃고 죽음을 기다리는 병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그립고 원망스러운 소리일까. 내가 즐거울 때 남의 고통을 사려(思慮) 하지 못하고 나의 고통으로 타인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함은 인간이라는 한계성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사려 깊다면 해낼 수 있는 배려가 아니겠는가. 집안의 말소리가 담장을 넘어가 들리도록 해선 안된다는 옛 어른의 말씀이 새삼 기억되면서 나의 웃음소리가 행여 남의 아픈 가슴을 더욱 상처나게 할까 두렵다.
나의 활동중에 사랑으로 베푼 일이 미움으로 둔갑하여 상대방의 가슴에 닿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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