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교회의 성직자들께서 박해중 산간벽지로 피난해 와서 신앙을 지키며 전교를 하다 신앙의 자유를 얻고 까따꼼바에서 나온 로마의 교우들처럼 옹기종기 믿음의 터전을 닦은 곳이 오늘날 공소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그 가족적인 신앙의 분위기 안에서 한국교회는 차츰 싹을 틔워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지역에는 정승동이란 곳과 명례공소 등 옛 피난시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충남합덕、경남 언양 등은 많은 성직자 수도자를 배출한 한국교회성소(聖召) 의 요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 공소의 실정은 어떠한가?
젊은이들은 도시로 가고 공소엔 노인들만 댕그랗게 남아 있다. 일꾼이 부족해 낡은 종각 보수는 물론이요, 판공때를 제외하면 교통사정 농번기 등으로 하여 신부님의 성무집행도 어려운 실정이다.
신심단체에서 방문을 하면 텅빈공소엔 회장 한분만 기다리고 있으며 교우들은 한심하게도 그 방문을 농번기엔 귀찮게 여길 정도다. 대축일이 오면 옛날엔 몇 십리나 밤길을 걸어서 본당미사 참례를 했는데 요즘은 교통편이 좋아졌는데도 본당 미사때 각 공소의 교우들을 만나보기 어려우니 뭔가 잘못되어 간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곧 지도자의 빈곤ㆍ교육 부족ㆍ공동체의 유대의식이 흐려지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교회에 거창한 성전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회지 중심내지 인구중심의 사목에서 한마리 잃은 양을찾듯이 낙후된 벽지공소에도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싶다.
그리고 도회지에서 활동하고 계신 공소출신 교우들은 자기의 영육이 성장한 고향땅의 작은 성전을 돌아보고 성경책 한권, 교리서 한권이라도 보내는 고마운 성의를 베풀어 주길 바라고 싶다.
몇몇 교구에서는 공소사목에 레지오 및 신심단체가 앞장서서 우리 교회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공소엔 아직도 그 번성했던 지난 날의 전교활동과 의욕이 불붙지 않고 있다.
오늘날 공소사목의 여러 문젯점을 두고 이젠 정말 도시와 농촌의 교우는 모두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감히 이 글을 우리의 공동체 앞에 내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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