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을 강타한 뜻하지 않은 집중호우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었다. 자연의 위력에 인간의 무력함을 다시한번 실감케 해준 순간들이었다.
메마르지 않는 따스한 인정들이 이어지면서 신속한 구호의 손길이 펼쳐졌고 어느 정도 복구가 완료돼가고 있다는 보도에 뒤이어 지금은 그 당시의 긴박한 상황들이 우리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마의 상처가 전혀 아물지 않은 곳이 있다는 안동교구내 벽촌 본당「신부의 호소이다.
본당 관할 구역 내에 피해가 비교적 심한 곳을 두루 살펴보니 복구돼가고 있다는 말은 도시지역에나 해당될 뿐이지 매스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이곳 산간벽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과수원이 침몰돼 자갈밭으로 변한 채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고 기계가 동원되지 않는 한 사람의 손으로는 자갈밭으로 변한 과수원을 원상복귀하기란 어림없는 일이었다.
이 지역 국회의원도 피해가 심한 이곳을 다녀갔고 도에서도、군에서도 나와 피해상황을 조사해 갔지만、그 후엔 전혀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피해 농민들에게 잔뜩 기대감만 부풀려놓고.
물론 도로변에 쓰러진 나무 세우기 밭에서 떠내려 온 비닐 제거 등 복구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극히 부분적이고 눈에 보이는 부분만 복구했을 뿐이다. 이것은 단지 눈가림에 불과했고 농민들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손도 대지 않은 실정이었다.
수재의연금도 매스컴의 영향을 타는 도시지역 수재민에게나 혜택이 갈까、이 같은 산골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며 피해상황도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얘기는 비단 이곳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안동교구에서는 재정적으로 가난한 형편이지만 정말로 딱한 처지에 놓인 이웃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조심스럽게 수해현황을 조사、10월 15일 사제총회때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교회의 지원으로 이들을 돕기에는 너무 미약하지만 혹시 피해가적은 교구에서 피해가 심한 교구에 지원해줄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없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실의와 허탈에 빠진 농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없을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