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당신을 보지 못했읍니다.
당신의
신음과 잔기침을 듣지 못했읍니다.
비내리는 광화문 지하도-
웅크린 등줄기의 작은 떨림,
한모서리에 내동댕이 쳐진
주인잃은 운동화,
내 발목에 걸려 쓰러지는 게
당신이 벗어놓은 슬픈 그림자인지
나는 몰랐읍니다.
지난 겨울 그 지독한 추위-
어둠 속에서 깃을 치는
바람에 짓밟힌 꽃잎의 통곡,
바람에 휘몰려 허우대는 나뭇잎의 신음에
너덜거리는 당신의 목소리가 묻어
나고 있는 지
나는 몰랐읍니다.
흐르는 물줄기를 여며잡고
목놓아 우리 나뭇가지들,
아무도
그처럼 아파하지는 않았읍니다.
바람부는 들판 구석에서
그저 당신만이 숨죽여 오열할뿐.
당신을 안다는 것은
잊었던 아픔이 돌아 와 닿는 자리
를 간직하는 것이란 걸
나는 몰랐읍니다.
아아, 그날
나는 당신을 보았읍니다.
당신의
신음과 잔기침을 들었읍니다.
…그래서 이 밤,
나는 이렇게 아파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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