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84년 5월 20일 그날을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 것입니다. 꿈에만 그리던 성모당에 난생 처음 갔기 때문입니다.「티없이 깨끗하신 어머니」팀 레지오 단원 장벨라뎃다님께서 움직이지 못하는 저를 자가용에 태워 데려가 주셨읍니다. 성모당에 말입니다. 그날은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없을줄 알고 갔었는데 마침 이문희 주교님께서 저녁 미사를 집전하시고 계셨읍니다. 저는 잔디에 누워서 성호를 긋고 미사를 드렸읍니다. 저옆에 서 있던 청년 한분이 『성체를 영할수 있읍니까』라고 물어왔고 벨라뎃다님께서『영할수 있읍니다』라고 하시니 또 그 청년은『성체영하겠습니까』라고 내게 물어왔다. 벨라뎃다님께서『데레사 성체 영할래』하시길래『영할수 있으면 영하겠읍니다』라고 했더니 그 청년은『신부님 한분을 이리로 모셔오겠읍니다』하면서 사라졌읍니다.
성모당에 온것만 해도 너무나 기쁜데 성체까지 모시게 될수 있다니 말로 표현할수 없이 기뻤읍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입니까. 하얀 제의를 입으신 이문희 주교님께서 제게 오셨읍니다. 그 순간 저는 심장이 멎는것 같았읍니다. 주교님께서 성체를 영해 주셨읍니다. 저는 정말 무한히 기뻤읍니다. 저는 인자하신 주교님을 예수님으로 착각하고 뒤로 돌아서 가시는 주교님 옷자락이라도 만지고 싶었읍니다. 미사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두 저를 쳐다 보았지만 기쁨에 넘쳐있는 저는 부끄럽기는 커녕 마냥 기쁘기만 했읍니다. 언니 수녀님께서 제가왔다는 말을 듣고 제가 누워 있는 곳으로 마구 뛰어 오셨읍니다. 저는 언니 수녀님을 6개월만에 만나 뵈어서 너무나 반가왔읍니다.
남산성당에 계시는 수녀님들이 모두 제가 누워 있는 곳으로 모여 오셨읍니다. 저는 수녀님들과 같이 성가도 부르고 이야기도 나누었읍니다. 지금도 괴롭거나 슬플때에 성모당에 갔던일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 집니다. 사랑하는 나의 예수님、이 보잘것 없는 죄인에게 이같은 큰 영광을 주시니 황송 하기 그지 없읍니다. 그때 그 영광 모두 당신께 바치겠읍니다. 주님 장 벨라뎃다님 가정을 위해 제가 죽을때까지 기도 바치겠사오니 당신의 은총을 풍성히 내려 주소서. 제게 성체를 영하게 해준 청년에게도 주님 은총 내려 주소서. 성모당 성모님께서 저를 향해 미소지으시는것 같읍니다. 성모당에서 영원히 살고 싶었읍니다. 또 다시 갈 기회만 있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갈 것입니다. 주여, 또 한번 성모당에 갈 기회를 주소서. 꼭 부탁 하나이다. 오 그날 그 영광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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