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대 중반의 2남 1녀를 둔 가정주부이다. 큰애가 신학교엘 간다기에 보냈더니 도중에 퇴학을 당했다. 너무 마음 아팠고 남보기에도 부끄러웠다. 일반고교를 편입시키는데 고생도 하고 돈도 제법 들었다. 그런데 또 작은애가 신학교엘 가겠다고 했다. 우리 식구는 한번 상심을 했기 때문에 인문계로 가서 대학을 진학하라고 많이도 달래었지만 막무가내였다.
다른 학교엔 아예 안간다고 하니 할수없이 신학교에 원서를 접수시켰다. 그날 작은 애는 얼굴을 활짝펴면서『어머니께서 항상 구하면 주신다고 말씀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화장실에 가면서도 기도를 했어요』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신학교로 보내고 나니 어떻게 기도하고 생활할까 걱정이 태산같았다. 곁에서 어떤분이『어느 신부님 어머니는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면서부터 십자가의 길 기도를 계속했는데 착한 신부가 되었다』고 했다. 그후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미사는에 참례했고 주님께 생명을 걸고 매달렸다. 그런데 나는 너무 죄가 많아서 아들이 부제품을 받는다고 해도 나가보지도 못했다.
얼마전 수해에 책살림을 모두 버렸다. 그중에 편지 보따리를 건져와서 그걸 말리면서 읽어보았더니 큰애는 군에서, 작은애는 신학교에서, 딸아이는 수녀님이 경영하는 기숙사에서 각각 보내온 사연들이었다. 그 편지는 십오년전부터의 지난일들을 거울처럼 비춰주었다. 어쩌면 세 아이의 편지 모두가 유모어를 섞어가면서 학비 식비 옷 책 용돈을 보내달라고 했다. 어머니인 나도 따라서 유모어를 섞어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보내니 기쁘게 받아라고 답장하였다. 그 편지도 함께 들어있었다.
지금 고맙게도 세 아이들이 훌륭하게 제 할일을 해나가고 집안에서나 병원에서 효자라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십여년전부터 뇌수술을 다섯번했다. 마지막 수술을 한지 이달이 일년이 되는데 이젠 다시 매일 미사도 갈수 있고, 십자가의 길기도를 할수있게 되었다. 이제 나의 소원은 앞으로 건강을 주셔서 천주께서 부르실때 까지 천한일도 좋으니 일을 하게 해주시고, 작은 아들이 사제의 길을 천주의 섭리에 따라 곧고 바르게 걸어가게 해달라는 기도뿐이다. 만약 이글이 채택된다면 보시는 분마다 제 아들이 성인신부되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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