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이를 많이 낳으면 큰 흉이 된다. 가령 30대 부부들은 자녀를 셋만 가져도 괜스레 남들의 눈치가 보여 지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실제로 국민 학교나 유치원엘 가보면 요즘은 셋째나 넷째 아이 구경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모르긴 해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넷째 나 셋째는 도대체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굳이「큰 형」이라든지「큰 누나」「둘째 형」「둘째누나」란 말조차도 없어지리라.
이런 일들은 물론 보기에 따라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세상은 그렇게 시시각각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며 이런 일도 단지 그 흔한 변화들 중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래는 우리의 가정 내지는 가족개념을 바꾸어 갈지도 모를 현대인의 이 피임사고(思考)에 관해서는 그것이 부부들만의 문제이면서도 실상 부부들 스스로의 의식 있는 결정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다.
15세에서 49세까지의 여자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임여성(可姙女性)이라고 부른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여자는 이 나이에 아이를 낳게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에게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인구학적인 이유에서이다.
이들의 숫자가 곧바로 전체인구의 숫자를 늘게도 하고 줄게도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때문이다.
물론 이 나이의 여자들이 모두 아이를 낳는 건 아니다.
이중에도 결혼을 한 부인들、특히 20세에서 44세까지의 부인들이 비교적 높은 출산력(出産力)을 보인다.
그래서 가령 인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나라의 정부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집중적인 가족계획 사업을 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바로 그 좋은 예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1962년에 처음 가족계획사업을 시작한 이래 정부는 이 연령층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연초 백억원 이상의 돈을 써가며 아이 적게 낳도록 하는 일에 나서왔다.
그래서 그런지 1960년대만 해도 한가족당 평균 자녀가 다섯명 꼴이던 우리나라 가정들이지금은 평균적으로 두명만을 낳고는 더 이상 부부가 자녀를 갖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는 좀체 셋째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가능성이란 없어져 버린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사업은 이것으로 그 목적을 다 달성했다고 여기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언제쯤 다시 자녀하나만으로도 만족하게 될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적어도 요즘은 이미 거의 모든 부부들이 자녀를 여럿 두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설사 그런 마음이 있어도 요즘의 부부가 마음대로 그러지를 못하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사회적인 압력이 심해진 것이다.
얼마전가지만해도 우리나라 인구정책은 적은수의 자녀를 가진 가정에 대해 어떤 혜택을 주는 그런 차별대우를 취했었다.
아이를 하나나 둘을 낳고 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주택이나 세제(稅制)상의 이익을 주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많은 자녀를 가진 가정에 대한 불이익내지는 기존혜택의 박탈 등으로 그 정책을 전환해 가고 있다.
세 자녀 이상을 가진 공무원들에게는 가족수당이나 자녀학비보조금을 제한 한다든지 세 번째 아이들의 출산비는 의료보험혜택에서 제외한다든지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사회 제도적인 압력 때문에 부부가 셋째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까닭은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압력은 아직 셋째 아이를 갖는 부부가 도저히 견뎌 낼 수 없는 그런 정도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구수를 줄여야 하는 국가의 계획이、부부만이 갖는 자녀출산의 고유한 권리에 대해서 점차 아주 구체적으로 간섭해가고 있다는 점이며 모든 부부들은 또 그런 국가적 필요성으로 그들의 피임심리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혼과 가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교회가 대부분 국가들의 인구정책이나 가족계획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교회는 부부생활에 있어서 반드시 하느님의 계획과 부부 상호간의 자기 봉헌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어려움이 없는 한 자녀수를 일정하게 제한하려는 부부들의 피임사고(思考)에 대해서 그것은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굳이 피임을 해야 할 만큼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에게는 부부 상호간의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주기적 금욕 생활이 좋다고 하는 까닭도 바로 그리스찬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십자가와 희생이 제거 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피임심리-그것을 자극하는 국가、사회적 이익과 그것을 실천 하려는 계획들에 대해서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것을 하느님 뜻에 비추어보는 지혜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맹광호
가톨릭의대 졸업
가톨릭대 대학원 의학박사
美 하와이대학 보건대학원 이학박사)
현재 가톨릭의대부교수
한국 가톨릭의사협회 총무
가톨릭문우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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