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부족인데, 누가 없니?』
체육시간, 한 아이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러나 체육시간이 다 끝나고 저녁식사 시간이 가까워져도 소영이는 나타나질 않았다.
애들이랑 곳곳에 다니며 찾기 시작했다.
한참 후 한 아이가 산기슭 바위 곁에 동그마니 앉아있는 소영이를 발견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기 바쁘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소영이 옆으로 갔다. 그러나 야단치려던 난 소영이의 애절하게 흐느끼는 모습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울고 있었구나. 학교에선 무슨 일이 있었니? 애들도 나도 얼마나 걱정하며 너를 찾았는데…』
『엄마, 정말 제가 없어서 걱정했나요? 정말로 저를 찾으셨나요?』
『소영아, 너도 들었잖니?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를…』
『그런데 왜 전 이렇게 슬퍼지기만 할까요. 지난날 마지막 계단의 슬픔을 다시 또 맛보았어요.』
『마지막 계단의 슬픔?』
마치 무슨 영화제목 같았다. 그 애는 무엇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내 눈 속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엄마, 제가 일등 했다고 할 때 얼만큼 기쁘셨어요?』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나의 대답은 퍽 적절했다고 자부했다.
『엄마가 저를 얼만큼 사랑하시는 데요?』
그러나 내 입에선『나도 몰라』라는 말마디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 애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말 난 수녀로서 이들을 진정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들을 사랑하고는 있지만 자신을 떠난 순수한 아가페의 사랑을 실천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엄마, 전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요. 제가 엄마에게 조금도 기쁨이 될 수없는 아이라고 생각할 때 죽고 싶었어요.』
『소영아, 넌 크게 잘못 생각한 거야. 엄마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왜 마음속 사랑을 드러내지 못했을까하는 자책감이 다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소영이가 그토록 나의 관심을 끌려고 애쓴 것은 소영이의 다음 얘기를 들은 후였다
『아빠는 4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얼마 후 파란 대문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 집엔 새 아빠가 계셨어요. 저는 바보처럼 아빠가 있다고 기뻐했었지요. 그러나 아빠와 엄마는 저 때문에 자주 싸움을 했어요. 아빠는「저 애를 내보내라」고 매일 소리쳤어요. 어느 날 엄마는 제게 예쁜 옷을 입혀 주셨어요. 나는 엄마랑 긴 계단을 내려오면서 어디로 가는지 물었어요. 「너 가고 싶은 곳으로가, 너는 죄가 없으니 하느님이 돌보아주실거야」하는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 줄 몰랐어요. 엄마는 계단 중간쯤 왔을 때 나의 손을 놓고 오던 계단을 다시 올라갔어요. 난 다시 올라가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쳤지만 문은 굳게 잠기고 말았어요. 나는 그때 계단에서 울면서 뒹구는 바람에 마지막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은 피투성이였어요.
얼마를 돌아다니다가 순경아저씨와 파란대문 집을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어요.』
난 그때서야 소영이의 아동카드에 적혔던 글이 생각났다. 「파란대문 있는 집에서 살았다함. 엄마와 그 집 계단에서 헤어짐」이라고…
『자 어서 들어가 저녁먹자』
난 소영이와 같이 붉은 저녁노을이 물든 산등성이를 내려오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