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창세기 11장 1절에서 9절까지에는 유명한「바벨의 탑」이야기가 실려있다. 그것은 여러가지 교훈적 진리를 담고 있지마는 특히 말의 힘에 대해서 신비스럽게 가르치는 바가 있다.
온 세상의 사람들이 하나의 말을 같이 쓰고 있을때에 그들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어서 벽돌을 빚어 불에 단단히 구워 내자』하면 모든 귀가 꼭 같이 알아듣고 마음이 하나가 되어 그것을 실천하고、『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우리 이름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고 의논이 되자 곧바로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서로 쉽게 알아들을수 있는 하나의 말을 쓸때에는 인간의 힘이 엄청나서 하느님조차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한 종족이라 말이 같아서 안되겠구나. 이것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에 지나지 않겠지.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할일이 없겠구나. 당장 땅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해야겠다』그래서 하느님은 사람들이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여러가지의 말을 그들 속에 뒤섞어 뿌려버렸다.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서로의 대화가 끊어지고、마음이 갈라지고、의심이 생겨 나고、협력이 안 되고 결국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머리 깎인 삼손처럼 무력한 존재로 떨어지고 말았다. 사람들의 참다운 힘은 개인의 육체적 근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일치와 협력에서 나오는 것이고、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서로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하나의 말을 쓰는 것이라는 진리를 이 이야기는 극명하게 가르쳐 준다. 그리고 인간의 위대한 힘은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묶어주는 하나의 말에서 나온다는 이 진리는 이미 르네상스 이후 서양 각국에서 역사적 사실로 충분히 입증된 바가 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도 국력을 키우고 그걸 과시해 보려고 무진 애를 쓰는듯하다.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몇개 땄다는 것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그것이 곧 국력의 반영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역사 이래로 어느 나라나 국력을 튼튼하게 키우려고 애쓰지 않은 나라는 없고、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늘 외적의 침략을 경계하면서 부국 강병의 정책을 부르짖으며 국력신장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와 그 이전에 중국과 일본 쪽으로 뻗어나가던 힘이 통일신라가 겨우 반도만을 차지하고 부터는 사라져 버리고 늘 주변의 침략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13세기의 몽고 침략、16세기 말의 일본 침략、17세기의 청국 침략 그리고 19세기 말의 일본 침략과 반세기동안의 국권상실은 삼국시대 이전에 찾아볼수 없는 역사의 비극들이다. 삼국통일로부터 왜 우리나라는 힘이 점점 약해졌으며 오늘날 우리의 국력을 무엇으로 키울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경제력 혹은 군사력 혹은 체력으로 그 해답을 찾으려 하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것들 보다도 더 근원적인 해답을「바벨탑 이야기」에서 찾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말과 글을 모두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하나로 만들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국통일 이후에 급속도로 중국 글을 들여와서 지배자들이 사용함으로써 겨레를 갈라놓게 되었고、그것이 점점 심화되면서 나라의 힘이 비례적으로 약해졌던 것이다.
중국글이 거의 밀려나가고 쉬운 우리글이 쓰이고 있는 오늘이지마는 아직도 신문과 일부의 책에 도사리고있는 한자는 우리 공동체를 하나로 뭉치는 데에 큰 방해가 되고있다. 게다가 근래 철없는 이들은 서양글자를 함부로 써서 새로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말을 삼층 구조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집과 建物과 Building. 소젖과 牛乳와 Mlilk. 해와 太陽과 Sun. 돈과 金錢과 Money가 뒤섞여 쓰이면서 우리 공동체의 정신과 마음을 흩어지게 한다
모든 사람이 일치하여 하나가 되는것은 하느님의 뜻이거니와 거기로부터 참다운 국력도 솟아날 것이므로 뜻있는 분들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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