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한해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달、대림절을 앞둔 이달은 우리 모두가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달이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계절적으로 들녘에는 추수가 끝난 텅빈 벌판만이 남을 뿐이고 수목은 시들거리나 단풍이 들고 낙엽이 우수수 바람에 휘날리는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락의 계절이다.
자연의 분위기는 육신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무언가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 이때를 사색의 계절、명상의 계절이라했던가.
언제부터인가 사색이나 명상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서 잊혀져 가고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란 말도 흘러간 옛말일 뿐이다.
요즈음 우리의 뇌리에 가득차 있는 온갖 정보는 누군가가 마음대로 집어 넣어준 그대로 일뿐 내 스스로가 사고하고 판단해서 선택적으로 간직하고 있는게 아니다. 이른바 인스턴트 지식 뿐이다.
인스턴트 지식은 다양한 사회현상에 적응하고 대처할 힘이 약하다. 마치 입력해 놓은 정보외에는 조금만 달라도 대답할 줄 모르는 컴퓨터와 같을 뿐이다. 인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가장 우수한 피조물인데도 우리 스스로가 그 가치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퇴화시켜 가고 있다. 우수한 기능을 가진 기계 컴퓨터보다도 못한 존재、이것이 현대인상(像)이 아닌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이 가을 한해를 마지막 보내는 위령성월에 우리는 먼저 가신 우리 조상들을 생각하며 그분들을 위해 기도해야함은 물론이지만 무덤앞에 새겨진「오늘은 나、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라는 말에서 우리 모두가 언젠가 현세의 종말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늘의 나 자신을 돌이켜 보아야 할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잘 죽는데에 있다. 그래서 위령성월은 죽은 이들을 위한 시기이지만 아울러 산 이들을 위한 성월인 것이다.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이 내 죽음앞에 둘러앉아 나를 어떻게 추모할것인가? 그들의 기억속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을 것인가、아니면 땅에 묻히는 순간부터 쉽게 잊혀져 버릴 존재가 될것인가? 우리의 가슴속에는 위대한 업적 보다는 따뜻한 사랑이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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