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요아킴 신부님! 끈끈하고 허물없는 친구 창정!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자네는 정말 가버렸군. 낙엽지는 만추가 되면 그렇지 않아도 만감이 가슴속을 파고드는데 자네의 訃音은 정말 더큰 아픔으로 우리를 슬프게하네그려.
친구! 우리는 너무도 흔하게 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을 들어왔고 會者定離란말도 많이 들어왔네.
그 뿐인가? 우리는 司祭生活 23년동안 많은 영혼들을 주님께 보내면서 위로와 기원과 희망을 그리고 세상의 무상함과 죽음을 통한 영원한 생명안에 위대한 탄생을 수없이 설파해왔네. 또한 죽음이 없이는 진정한 삶이 없다는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를 역설했네.
한데 막상 자네의 죽음이란 현실 앞에서니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마는군. 아직은、아니 그동안 겪어온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살려 지금부터야 말로 노련한 사제로서 참 목자로서의 역량을 멋지게 발휘할 수 있는데 이렇게 빨리 가다니 이게 웬 말인가.
아무리 성격이 급하고 영복소가 그립다 하더라도 너무 빨랐단 말일세.
요아킴! 아무리 임에게의 뜨거운 사랑 컸기로서니、그래 자네를 우러러 애타게 목말라하는 저 많은 양떼들을 찬바람 휘몰아치는 황량한 들판에 외로이 남겨둔채 그렇게도 홀홀히 떠날 수 있단 말인가! 특히나 애통해 하시는 부모님보다 먼저 가다니 이게 될 말인가.
사제이기에 사제만이 당하는 애로와 고뇌와 고독사제이기에 사제로서 참고 견디고 뿌리 쳐야하는 인고를 통해 쌓아올린 원숙성으로 더 많은 영혼들에게 빛과 진리와 생명을 줄 자네의 그 귀하디 귀한 보화를 사장시키겠다는 말인가. 사제란 따뜻하면서도 매정한 존재이어야 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결단을 하여야 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애절하게 오열하는 통곡마저 모르는체 그렇게 빨리 차가운 결단을 하여야만 했단 말인가.
사제 요아킴! 자네가 주님께로 간 날이 위령성월 첫날이자 모든 성인들을 기리는 대축일이였네. 자네는 모든 성인들과 함께 천상잔치에 동참하고파서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날을 택해 하늘나라에 달려갔지만 여기 남아있는 우리 모두는 슬픔을 가눌 수가 없다네.
지난 여름 자네와의 마지막 동창회 모임에서 보여준 자네의 참 모습은 끝없는 回憶으로 남아 있을 것이네. 그 큰 고통중에서도 조금도 아픈 표시를 내게 않고 함께 웃고 즐기던 자네의 그 굳건한 정신력과 행동이야 말로 바로 자네의 품성이었으니 말일세. 사제 요아킴、비록 자네는 갔어도 자네의 죽음은 결코 무상함도 허무함도 아니네. 자네의 죽음은 많은 선배、동료、후보사제들에겐 물론 자네가 그처럼 아끼고 사랑하던 영혼들에게 풍성함을 남겨 주었기 때문이네.
자네는 그리스도를 닮아 제 몸을 사루는 촛불이었고 썩은 밀알이었기에 자네가 뿌리고 가꾼 복음의 씨앗은、생명의 씨앗은 날로 커지고 열매를 맺어 길이길이 퍼지고 또 퍼질테니 말일세.
최 요아킴 창정 신부. 이제 무슨 말을 더 하겠나 이제는 편히 쉬게. 영혼들을 찾아서 한국도 부족하여 멀리 독일에서 까지 곳곳을 헤매면서 뛰고 또 뛰던 정열과 피로를 접어두고 평안을 누리게.
그리고 벅찬 고통과 세진을 다 벗어 던지고 주님의 사랑안에서 아주 편히 쉬게. 자네는 천상잔치가 그리워 빨리 갔으니 그 영원한 잔치에 흠뻑 취하면서 끝없이 즐기게.
그리고 우리가 자네의 뒤를 따라 하늘나라에 들어갈 때 모두가 빠짐없이、그리고 편하게 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어 영원한 본향에서 다시 만나세.
영원한 사제 요아킴! 『오직 하나 주께 빌어 얻고자 하는 것은 주님의 집에 산다는 그것、당신의 성전을 우러러보며 주님의 사랑을 누리는 그것』이라는 시편의 말씀대로 이제는 한 평생이 아니라 영원히 주님의 집에서 살면서 주님의 사랑을 누리시게.
주여、최 요아킴을 사제로 간택하시고 사제로서의 길을 훌륭히 끝마치도록 이끌어 주셨사오니 이제는 당신의 따뜻한 품속에서 영생을 누리도록 하여주시옵소서. 아멘.
1984년 11월 3일
동창신부 김동억哭
(大田 유천동 주임신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