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몇시나 됐을까? 간밤에 잠을 설쳤는데도 또 새벽 일찌감치 눈이 뜨여졌다. 아마도 고국을 방문한다는 셀레임탓인가 보다.
갖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나의 머리맡 창위로 밤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날 반딧불처럼 반짝이며 저공 비행을 하던 LAPD의 정찰기는 뵈지 않고 별하나가 유난히 밝게 비쳐온다.
어둔 밤하늘에 빛나는 별하나! 나는 그별의 이름도, 몇등성 밝기의 별인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별이 주는 빛남과 아름다움과 순수함과 고귀함은 마음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 빛나는 별로 인하여 어둔 밤하늘이 더욱 밝다는 사실과, 번다한 일상의 때에 묻혀 사는 삭막한 내 마음이 좀은 여유있고 넉넉한 것으로 채워짐을 본다. 화려한 색상도 갖지 못하고 스포트라이터처럼 우뢰와 같은 박수속에 비쳐지는것도 아니고 다만「별꽃」으로 빛날뿐인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엠마 프라이싱거가 떠오른다.
그녀는 이번「한국교회 200주년 기념 문예콩쿨」에 당선된 나의 글<작은 불씨들>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나환자들에 의해서 「울엄마」(우리엄마)라고 불리워지는 엠마 프라이싱거, 그녀도 이젠 반백이 넘었다.
25세의 꽃다운 나이로 26년전 음악의 도시「비에나」가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백의의 천사.
주님이 우리와의 장막을 찢어버렸듯이 나환자의 간호때에는 마스크나 고무장갑을 절대로 끼지 않으시는 사랑의 총체.
그녀야말로 칠흙같이 어둔밤 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이 아니던가?
새벽이 가면 붉게 타오르는 태양으로 인하여 빛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에 가리워졌을 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리에 별이 없는 건 아니리라.
찬란히 타오르는 태양도 우리의 칭송을 받아 마땅하지만 어둔 밤을 홀로 밝히는 작은 별꽃이야말로 더욱 칭송받아야만 하지 않을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