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로널드 레이건 현직 대통령의 승리로 끝이났다.
그것도 전국 50개주 가운데 49개주를 휩쓰는、글자 그대로 압승을 거두면서 끝이 난 것이다.
물론 선거가 있기전부터도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레이건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그의 승리가 예상되긴 했었지만 그렇다고 이번 선거가 보나마나한 그런 게임만은 아니었다.
사실에 있어서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월터 먼데일씨가 페라로 여사를 그의 러닝 메이트로 지명했을 때와 레이건 대통령과의 1차 TV토론에서 그가 승리를 거두었을때는 거의 백중한 싸움이 될거라는 여론도 없지가 않았다.
게다가 선거 직전에는 적중율이 꽤 높다는 이스라엘의 여러 예언가들 마저 하나같이 먼데일씨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마음을 놓을만한 그런 뻔한 싸움은 아니었던게 사실이다.
이런 미국 대통령선거를 보노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정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것인지를 금새 피부로 느껴볼수가 있다.
특히 재선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우 4년동안 현직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훌륭한 정치를 해야하는 것인지를 역력히 알수가있다.
자칫 정치를 잘못했다거나 국민의 의혹을 살만한 일을 대통령이 했다가는 언론과 반대당 후보의 공격을 도저히 이겨낼 재간이 없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공격에 대해서 일단 국민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이 된다는것은 상상을 할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잘잘못을 자유스럽게 꼬집어 말 할 수 있는 나라.
그런 공격과 비난에 대해서 설득력있는 변명과 업적으로 맞서는 페어 플레이.
게다가 대통령후보의 정견(政見)에 따라서는 정당을 초월하면서까지도 상대방 정당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국민들. 어디 그뿐인가.
그 넓은 땅、1억이 넘는 사람이 투표를 하면서도 단 한건의 말썽이 없는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선거.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들의 패배를 선언하고 상대방의 승리를 축하하는 패자의 그 의연(毅然)한 모습.
이 멋진 미국의 선거와 정치 풍토를 보고 있노라면…、그러나、우리는 우리가 알고있는 또 다른 민주주의들 때문에 잠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하는 일은 다 잘한 일이고 그것을 반대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결코 용납이 되지않는 더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
야당이 내는 의견은 그것이 아무리 옳아도 자기가 여당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 해야 하는 얄미운 국회 의원들.
집권당이 정권을 잡고있는 동안에는 그들의 부정에 대해서 아무 말도 못하다가 그들이 몰락하고 난 다음에야 그 부정과 비리(非理)를 짓씹는 비겁한 언론들.
이런 민주주의 국가들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민주주의는 확실히 하나의 이상(理想)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이성을 실현해 보려는 마음만으로도 저를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민주주의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관찰해 보면 저들나라의 민주주의는 그것을 원하는사람들의 희망에 의해서 그나마유지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은 최소한 저들나라가 공산화 되는 일만이라도막아 보려는 미국 대통령의 의지 때문에 그렇게 민주주의로 남아 있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란의「샤-」정권을 차라리 도와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을 도와주는 일이 당연하다고 말해야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심중(心中)만 봐도 알수가 있는 일인것이다.
그러나 이상(理想)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정치의 이상에 관한 그것은단지 국민을 귀하게 여기는 정부와 그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들 간의 굳은 결속만 있으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이냐고 말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것은 단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를 않기때문일 뿐이다.
20년 이상을 집권하는 싱가포르의「이광요」정부를 굳이 이상적인 민주주의 정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정부가 많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것은 순전히 공직자(公職者)들의 청렴한 생활 때문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말하자면 이 간단한 일만으로도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고 이 신뢰 때문에도 저들 민주주의는 그 근본부터 부정되는 일이 생기질 않는 것이다.
멋지게 어울려 한바탕 참된 민주주의 게임을 보여준 레이건 대통령과 먼데일 후보、그리고 전 미국 국민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난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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