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일은 교회력으로 보면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며 84년 A해가 끝나는 주일이다. 동시에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과 성년(聖年)이 폐막되는 날이기도 하다.
성년은 15세기 교황 바오로 2세때부터 매 25년마다 1년기간으로 정규적으로 선포돼온 은혜의 해로서 가장 최근의 성년은 1975년에 지낸바 있다.
그런데 1983년 3월 25일부터 금년 4월 22일까지 세계교회에 선포된 성년은 예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구원사업 19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특별히 선포하신 특별성년이었다.
이 특별성년이 한국교회에만 특별히 11월 25일 오늘 주일까지 연장된 이유는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때문이었다. 곧 자랑스런 우리의 신앙선조들 덕이었다.
2백주년과 조상들의 음덕(蔭德)으로 연장혜택을 받은 한국교회의 성년이 끝나는 싯점에서 우리는 성년을 회고해보지 않을수 없다.
왜냐하면 성년은 끝나도 그 정신과 삶은 교회생활의 정수(精隨)로서 끊임없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교회에는 2백주년으로 인해 성년이 연장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교회가 성년을 지내는 근본취지는 교회의 내적쇄신과 그 쇄신의 결과로 나타나는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곧 회개와 화해의 실천으로 개개인과 전체 교회에 주어지는 은총의 힘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하려는데 있다. 이 세상의 복음화를 촉진하려는데 있다. 이러한 취지는 바로 2백주년의 정신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별성년과 2백주년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녀왔고 한국교회가 계속되는한 언제나 기억될 것이다.
성년기간동안 한국교회에서는 전국ㆍ교구ㆍ본당ㆍ수도회 차원에서 성년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각종 시도가 있어왔다.
특히 성년폐막을 한주일앞두고 19일부터 오늘까지 2백주년 정신운동위원회가 전국적으로「2백주년및 성년마감 7일기도」를 바치도록 한것은 참으로 의의있는 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노력에 신자 개개인이 얼마나 적극 참여해왔는지는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2백주년과 성년의 근본정신인 회개와 화해의 구체적 증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지않기 때문이다. 이땅에 빛다운 빛을 비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2백주년과 성년은 끝나지만 그 삶과 정신은 우리의 핏줄속에서 계속 이어져야 하겠다. 그 삶과 정신이 살아있을 때 교회는 살아있을 것이며 그것이 죽을 때 교회도 나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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