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40명의 새 아들이 생겼어』얼마전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세례식을 마치고 나온 서울 P본당 어느신자의 말이었다.
그런데『도무지 누가 누군지를 모르겠다』는 그다음 말이 걸작이었다. 그 위에『즉석 아버지가 되기도 바쁜데 세례명까지 즉석에서 골라주느라 더욱 혼났다』는 마지막 발언은 차라리 안 들은것만 못한듯 꺼림칙하기조차 했다.
미처 아버지를 준비못한(?)새 영세자의 호소에 따라 즉석 아버지가 되기위해 이리저리 불려다니다보니 어느틈에 40명의 자식놈이 생기더라는 것이 그의 변명이었다.
그 신자의 말은 어쩌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닐것이다. 대부모와 대자녀의 관계가 도시와 시골학교가 자매결연 맺듯이 대형화되고 요식화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풍경이 전체교회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말은 결코아니다.
그러나 세례식당일 대부모를 세우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새 신자들의 호소를 한번쯤이라도 접해본 신자들이 의외로 많다는게 사실이고 보면 문제는 의외로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뿐이다.
과연 대부모ㆍ대자녀의 관계가 아무런 준비없이 즉석에서 맺어지고 또 언제든지 잊혀질수 있는 관계인가? 교리에 따르면 대부모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대자녀의 구령에 책임을 져야하는「영혼의 어버이」들이라고 언급되어있다. 다시말해 대부모와 대자녀의 관계는「신친(神親)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참으로 중요하고 또 막중한 책임을 요구하는 관계가 아닐수없다.
이제 곧 우리는 각 교회마다 수많은 새식구가 탄생하는 은총의 때를 맞게된다. 새 희망과 기쁨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식구들을 맞아들이기 위한 우리의 준비는 현재 어디쯤 와있을까.
만일 이번 성탄에도「이름」과「성」은 물론「세례명」조차 기억못하게될 아들 딸들을 즉석에서 쏟아놓는「즉석 결연」이 사라지지 않게된다면…그런 대부모들일랑 일찌감치 보이코트 시켜버리고 따뜻함과 정성이 가득 담긴 마음으로 고아가 된 대자녀들의 영혼을 보살펴줄 새 대부모를 찾아 나서자는「운동」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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