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다. 50대의 남자가 초저녁의 외출길에서 10대의 세 소년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담배를 피우면서 길을 가고 있었는데 골목에서 나온 한소년이 담배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고 괘씸하여 거절하면서 뭐라고 꾸중을 두어 마디 하자 다짜고짜로 주먹질을 하는데 골목 안에서 보고 서있던 두 소년도 함께 가세해서 폭행을 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몰려들자 세 소년은 잽싸게 도망을 쳤고 그 50대의 남자는 창피스러워서 신고 조차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드러누워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물론 이것은 신문에도 나지 않은 실화다.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보도되는 청소년들의 범죄나 타락상을 보노라면 이정도의 사건은 전혀 흥분할 일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어머니나 상담 선생님의 손에 끌려 산부인과 병원을 드나들어야하는 여중학생들、술집에서 싸움판을 벌여서는 소주병을 깨어 친구를 찔러 죽이는 고등학생들、용돈을 주지않는다고 아버지를 두들겨 패는 아들들이 있는데 길가는 노인에게 담배불을 빌리자는 소년쯤이야 약과가 아닌가?
우리 아이들의 이런 현실을 두고 걱정을 해보면、대부분의 어른들은 갖가지 경륜들을 펼쳐 보인다. 그런데 그 대가가 이런 것들이다. 중고등학생들에게 교복 자율화를 시켜서 그렇다든가、두발자율화가 문제라든가、학교 평준화 때문에 입시경쟁이 없어서 그렇다는가、경제적 풍요로 말미암아 굶주림과 괴로움을 몰라서 그렇다든가 혹은 청소년 선도의 제도와 기구가 미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 책임은 어느 경우든 아이들에게 있고、그 아이들을 좀더 철저하게 옭아매고 단속하면 그런 현상이 사라지거나 적어도 줄어지리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교복을 다시 입히고、머리를 빡빡 깎게하고、국민학교에서부터 입시경쟁을 시켜서 눈코를 뜨지 못하게 하거나 처벌과 단속을 엄중히 하면 될까? 물론 그렇게하면 표현적으로는 훨씬 조용해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빈대를 없애려고 집을 불태우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보다는 훨씬 잘나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는것이고 병신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보다 건강하고 보다 떳떳하고 더욱 용감하고 훨씬 생각이 깊은 사람들로 자라나서 우리가 하려고 했으나 이루지 못한 일들을 그들이 이루어내고、현재보다는 훨씬더 나은 세계를그들이 만들어 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서 조용하게 하는일은 생각할수도 없다.
그러면 청소년 문제의 처방은 무엇인가? 그것은 청소년들의 비행과 타락의 책임이 그 아이들에게 있지 않고 어른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이 솔직하고도 확실히 인정하는 일이다. 자고로 아이들이란 어른들을 보면서、본뜨면서 자라난다 그렇게 자라다가 10대에 들어서면 하느님이 박아주신 자의식이 눈뜨게 되어、어른들의 삶을 깊이 보면서 그것이 좋으면 순종하며 본뜨고、그것이 나쁘면 반발하면서 타락한다.
그런데 어른들의 삶은 과연 어떤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자신의 하루생활을 그대로 필름에 담아 자녀들에게 보여주어도 떳떳할수 있는 부모들이 얼마나 될까?
돈을 차지하려고 남편을 청부살해하고 권력을 등에 업고 국토를 집어 삼키고、법으로 질서를 지킨다는 경찰이 양민들을 총으로 쏘아죽이고、성직자가 거액 외화를 숨겨 나가다가 들키고、술에 취한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동네를 박살내고 산속의 수도자들이 패싸움을 하며 몽둥이로 살인을 자행하고、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멋대로 하면서 어떻게 아이들더러만 착하게 자라나고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으면 일류 학교에 보내기 전에 먼저 우리의 삶을 훌륭한 것으로 고쳐야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종교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정의롭게 만들어야 한다면、먼저 종교인들부터 깨끗하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진리에 불리움을 받은 참 종교인들은 세속인들에 대하여 확실히 어른이며 윗물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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