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랑스런 103位 시성경 축미사가「로마」에서 거행됐던 날의 일이다. 한국인에게만 교황님의 특별알현이 허락됐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넓다란 성베드로 광장을 한복차림으로 누비며 교구별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하늘의 별이라도 딸듯한 기분으로 앞을 다투어 뛰어갔다. 안내원의 휘둥그래진 푸른 눈을 의식하거나 펄럭이는 치맛자락을 탓할 겨를도없이 어떻게하면 교황님과 악수할수 있는 자리에 앉을 것인가가 급선무인듯 바쁘기만 했다. 많은 사람이 한정된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법석을 떠니까 한쪽에서 쉿! 쉿! 하는 주의를 듣지 않을 수없었다.
낯선 환경과 황홀한 기대에 휩싸여 흥분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탓이리라.
이윽고 장익 신부님의 안내말씀이 계시고 교황 성하의 인자하신 모습이 우리 눈에 들어왔을 때에야 안정을 되찾은것 같았다. 교황님께서는 우리들 앞으로 내려오시어 앞앞이 인사를 나누고자 하셨다. 그런데 그때 내주위는 야릇한 분위기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피난민을 싣고떠나던 월남의 어느 부둣가를 연상케하는 장면이 벌어지고 말았다. 남의 손을 잡아당기고 자기의 팔을 쭉뻗는가하면 마음의 여유를 잃은 행동이 쏟아져 나왔다. 곤란하게 보였다.
그러나 교황님은 미소마저 띄우시고 내민 손마다 잡아주시고 성물에도 축성해 주셨다.
한참후 웅성거리던 사람들도 흩어지고 앞뒤에서 밀어대던 아웅다툼도 사라졌다.
그런데 내게도 평화가 아니라 표현키어려운 아픔과 쑥스러움이 덮쳐왔다. 남에게 좋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티고 섰으면서도 남을밀지도 떠들지도 않았으니 잘했다고 자위하고 있었던 나의 악랄한 마음을 그때에야본것이다.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마태22, 39)고하신 주님의 말씀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자신만의 욕심…
이런 내꼴을보고 곁에 계시던 수녀님이 좋은의미로 위로의말씀을 해주셨지만 부끄러운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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