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중에서도 첫눈이란 소식은 누구나 듣는 순간 이미 마음 한 구석은 들떠 버리고 곧 이상속에 나래를 펼치리라.
만상가운데는「첫」이란 말과 뗄 수 없이 친한 것이 무수히 많건마는 유독 첫눈은 무슨 묘한 의미를 머금었기에 지금까지 족히 스무번을 넘게 유혹됐는데 이 겨울을 맞으며 새삼스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은근히 기다려지는 걸까?
대체 올해는 어느날에 첫눈이 내려줄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의 얼마남지 않은 생일날에라면 오죽 좋으랴.
그날 난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고서 흩날리는 첫눈을 정면으로 받으며 하염없이 걷고난 후 쉴곳을 찾겠지. 조용한 음악속에 따끈한 찻잔을 둘이서 마주하여, 한동안 천주님의 뜻을 잊은 채 인식해온 나의 미소를 첫눈과함께 오롯이 그녀의 생일선물로 주로 싶은데.
혹 그날에 내려오던 첫눈이 하늘 한가운데서 멎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 며칠후인 거룩하고 성스러운 주님의 탄신일엔 꼭 새하얀 은총이 송이 송이 내려주길 간절히 바라는 이 마음은 무리한 욕심일까?
그 어느날도 좋으니 제발 닥쳐진 기말고사 끝나는 날까지만은 내리지 말아주길 내심 바라오나, 그 모든일은 오로지 주님만이 주관하시지 않을까?
그날이 언제 오든 우선 나에게 주어진 시간마다 최선을 다하며,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는 갑자년도 고이 접어 지존하신 그분께 정성스레 바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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