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안동 출장길 버스안에서의 일이었다. 바로 옆좌석에 앉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묵주를 굴리며 열심히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반갑던차에 그분이 기도하고 있다는 것도잊고 『신자이시군요』하고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영명이 「안드레아」이고 현재 자유업을 하고있다는 그분은 세례를 받은지는 몇년 안되지만 처음 성당을 찾았던 10년전의 성탄이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당시 군에있을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1박 2일 외출허가증을 받고 나왔으나 막상 갈곳이 없었다. 거리에서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이곳 저곳을 기웃 기웃하다가 마침내 발길을 멈춘곳이 자그마한 어느 성당앞이었다. 호기심에서 무작정 성당안으로 들어 갔다가 때마침 거행중이던 성탄 자정미사를 난생처음 구경하게된 그는 미사가 끝난후 나오는길에 본당 청년단체로부터 뜻밖의 초대를 받고 성탄의 기쁨을 그들과 함께 나누며 따뜻한 교회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이때의 성탄밤 인상은 영세한 지금에도 잊지못한다고 했다.
금년 성탄전야에도 수많은 낯선이들이 성당을 찾아올것이다. 거기에는 오갈데가 없어서、호기심에서 오는이、그리고 수십년 냉담자들도 있을것이다. 점점 메마르고 삭막해가는 이사회에서 성탄밤만이라도 따뜻한 인간성을 찾고싶어하는 작은 마음들이 성당으로 발길을 옮길것이다.
『너희는 내가 나그네 되었을때 따뜻하게맞이하였다.』(마태오25、35)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기는어렵다. 그러나 휘황찬란한 전등불아래서 태어나신것이 아니라 가는곳마다 거절당해 여관방 하나도 얻지 못하고 마굿간에서 태어나셔야만 했던 그리스도를 맞이할 우리들은 이날 하루쯤은 낯선 나그네를 그리스도처럼 반겨맞을수는 없을까.
성탄자정미사에 혹시 옆자리에 낯선 사람들이 앉지 않았나 살펴보고 나그네가 단지 구경꾼으로만 있다가 떠나도록 하지는 말자. 그리고 공지사항시간에『오늘 성당에 처음 나온 사람을 환영한다』는 따뜻한말과 함께 각 단체 모임에 나그네도 함께하는자리를 마련해 그자리에 아기예수를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자. 우리끼리만 성탄의 기쁨을 주고 받기에는 뭔가 미안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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