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민족 근대사의 제1성지인 명동 주교좌 성당이 쓰레기 더미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기자는 이곳을 둘러보며 어쩌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가슴이 저며왔다.
지난 12월 17일부터 22일 오전까지 계속된 한국통신 노조의 점거사태. 1만여명의 한국통신 노조원들은 명동성당과 가톨릭회관을 점거한 채 이곳의 모든 업무를 마비시키는 초유의 사태까지 몰고갔다. 여기에 농성이 끝난 후 이전 농성자들과 달리 쓰레기 수거 비용으로 얼마만을 지불하고 산더미같은 쓰레기만 남긴채 떠나갔다. 물론 생업과 직결돼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피해와 희생도 상관없다는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표본이었다. 더욱이 이들이 농성내내 보여준 모습은 결코 소외되고 핍박받는 이들의 어쩔수 없는 선택처럼 보여지지 않았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아픔과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비싼 도시락을 낀니때마다 시켜먹고, 침낭, 파커로 복장을 통일하는 이들의 모습에 씁쓸함마저 들었다.
70~80년대 명동성당은 분명 독재권력의 횡포속에서 피신할 수 있는 마지막 보호처로 흔히 민주성지라고도 불리웠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며 희망과 사랑의 불씨를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이번 한국통신 노조는 이유야 어떻든 결코 성지에서 벌어져서는 안될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속출했다. 속칭 「사수대」라는 노조원이 이탈 노조원을 막는다는 이유로 각목을 들고 성당과 회관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기까지 했다. 특히 성지에 대한 훼손과 모독스러운 사건들은 극에 달했다. 노조원들은 아무데서나 방뇨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재인 명동성당에 못을 박고 비닐 천막 끝을 고정시키기도 했다.
이젠 변해야 한다. 공권력의 서슬퍼런 횡포가 사라진 이 시기에 무작정 명동성당으로 몰려와 점거하는 불행한 사태는 없어져야 한다. 시대가 변한만큼 명동성당이 성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새로운 문화의 광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이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모습으로 거듭날 때 명동성당은 우리 민족사 안에서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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